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 마자파르. 낡은 사리를 두른 수백명의 여성들이 유세장에서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인도판 여자 임꺽정’ 풀란 데비(36)가 모습을 드러낸 것. 낡은 흙빛 사리 위에 방탄 조끼를 덧입은 데비는 영화 ‘밴디트 퀸’(산적 여왕)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인물.
그는 94년 총선 당시 이곳에서 사회당후보로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산적 여두목에서 하원의원으로 변신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는 3월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총선에서 하원의원 재선에 출마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게 출마의 변이다.
첫 당선 뒤 의정활동을 거의 못했기 때문. 이미 11년간의 옥살이를 마쳤음에도 그는 여전히 살인 강도 약탈 납치 등 무려 55개 죄목에 묶여 법정을 들락날락하느라 의정활동을 할 틈이 없었던 것.여성과 천민을 위해 투쟁해 온 그의 삶은 드라마 그 자체다. 그는 카스트제도의 최하층인 수드라출신. 11세때 소 한마리와 자전거 한대에 팔려 결혼했다. 그후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그는 천민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귀족계급 남성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부잣집만 골라 약탈하는 산적 여두목이 돼 복수의 칼날을 휘두른다. 81년 ‘베마이학살’은 그의 ‘악명’을 알린 사건. 그는 이 마을을 습격, 귀족계급 남성 22명을 카빈 소총으로 난사해 살해했다. 그리고 나선 경찰에 자수, 11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산적생활을 청산했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