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고정환율제」고집이유]「환율-물가잡기」최후카드

  • 입력 1998년 2월 22일 19시 31분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사태가 정정(政情)불안을 불러오면서 인도네시아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종의 고정환율제인 통화위원회제도 도입을 강행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국제통화기금(IMF)간의 마찰로 위기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IMF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은 이 제도를 반대한 중앙은행총재를 전격 경질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거듭된 반대로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 ▼통화위원회제도〓외환수급에 따라 환율이 매일 변하는 변동환율제와 달리 환율을 특정통화(달러)에 일정하게 못박는 고정환율제의 하나. 환율을 국내 금융통화정책에 연계해 외환보유고에 따라 자국의 통화량을 조절토록 한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 통화량이 늘어나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 통화량도 줄어든다. 중앙은행이 통화량 목표를 정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없다. 물론 현금통화와 중앙은행의 지불준비금(본원통화)을 고정된 환율로 언제든지 달러화로 바꿔줘야 한다. 투자자가 루피아화를 달러화로 바꿀 때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환보유고의 달러화를 투자자에게 주고 루피아화를 사들인다. 이에 따라시중에 풀린 돈(루피아화)이그만큼 줄어든다. 반대로 외국투자자가 달러화를 루피아화로 바꾸면시중에 돈이 풀려나간다. 결국 자의적인 ‘돈찍어내기’가 불가능해 물가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검토중인 환율은 달러당 5천∼6천루피아로 최근 환율의 절반 수준. 이론대로라면 루피아표시 외채가 절반으로 줄고 물가를 잡을 수 있으며 외국자본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고집하는이유〓IMF와 미국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수하르토대통령으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다. 수출이적고 환율이 널뛰듯하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으며 환율을 잡고 민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있다.실제로 이 제도의 도입발표이후 소요사태는 다소 진정되긴 했다. 그러나IMF 등은 반대다. 첫째는 실현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외환보유고(1백70억달러추정)가 적고금융시스템이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의 신인도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이유다. ▼통화위원회제도는 만병통치약인가〓국가간 돈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한 나라의 경상수지 물가 금리 등 복합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무시하고 환율을 고정할 때 후유증이 크다. 특히 고정환율제하에서는 수출부진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도 환율조정으로 가격경쟁력을 올릴 수 없어 자칫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분 만큼 외채를 더 빌려오거나 외국자본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역흑자로 달러화를 많이 벌어들일 때는 손쉽게 통화팽창으로 이어져 물가가 오르게 된다.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고 정정불안이 심한 나라에서 통화위원회제도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극약처방이다. 〈백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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