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만에 첫 흑자예산…국방비 줄고 稅收늘어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8분


미국 정부가 30년만에 처음으로 흑자예산안을 편성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일 총 1조7천3백억달러의 99회계연도 예산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했다.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99회계연도에 정부가 예산안대로만 수입과 지출을 운용하면 2000년 9월30일에는 95억달러의 예산이 남게 된다. 또 이런 식으로 흑자가 계속 날 경우 누적 흑자는 앞으로 5년이 지나면 2천1백90억달러, 10년이 지나면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69년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룬 이후 내리 30년 동안 적자에 시달려왔다. 균형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된 것도 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가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이번 흑자예산안 제출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당초 목표했던 ‘2002년까지 재정수지 균형’을 3년이나 앞당기면서 흑자 시대를 연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 공화 양당도 서로 자신들의 공이라고 우기고 있다. 흑자는 지출이 줄고 수입이 늘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냉전 종식과 함께 국방비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씩 줄었다. 의료보장 비용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자본소득세와 법인소득세 부문에서 세수는 크게 증가했다. 법인소득세는 5년간 연평균 12%나 증가했다. 세수증가를 뒷받침한 경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월가와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新)경제파는 △세계화 △기술개발 △규제철폐로 인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좀더 보수적인 학계와 경제관료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신중한 경제운용 △기업들의 과감한 비용 절감 노력을 더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조금씩 다르다. 신경제파는 “미국경제가 고성장 저인플레에 불황이 없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말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양자는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견해가 같다. 10년 후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연금 의료 생활보장 등으로 지출이 다시 늘고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생산력의 퇴조로 수입은 다시 줄어 흑자기조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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