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미국의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올들어 각각 3차례씩 경쟁하듯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및 은행과 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무디스의 한국장기채권(국가신용)등급 Ba1과 S&P의 B+ 등급은 모두 11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투자하기에 부적합한 「요주의대상」, 즉 정크본드 수준임을 나타낸다.
▼왜 떨어뜨렸나〓두 기관은 한국경제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을 보이면 너무하다 싶을 만큼 가차없이 등급을 강등시켰다.
기아자동차를 공기업화하겠다고 밝힌 10월, 외환위기가 회복불가능한 나락으로 치닫기 시작한 11월, 11조원의 자금을 시중에 풀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폐쇄를 결사적으로 막아보려고 몸부림치던 최근 상황 등이 이들 기관들의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았다.
S&P는 23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깎으면서 『한국정부가 최근 취한 금융부문 지원정책이 스스로의 대외신용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적 경제풍토에서는 긍정평가를 얻은 해법이 국제사회에서는 감점요인이 된 셈.
▼정크본드란〓직역하면 「쓰레기채권」. 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채권. 그 반대급부로 초고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대개 단기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이다. 결국 정상적인 투자자들은 한국물 채권을 사들이면 안된다는 의미인 셈. 따라서 내년 발행을 목표로 하는 △외화표시 국채 1백억달러 △성업공사 해외채권 20억달러 등이 제대로 팔릴지 불투명해졌다.
두 평가기관의 연이은 「감점」은 단기외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한국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