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형 시중은행이 쓰러지거나 한국정부가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라도 선언하면 국제금융시장은 전례 없는 대규모의 신용위기를 맞게 된다.
한국의 민간은행이나 기업이 해외에서 빌린 자금은 1천억달러를 넘으며 한국이 잘못될 경우 최대 대부자인 일본 은행은 엄청난 상처를 입는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정부 등과 협력해 한국에 사상 최대 규모인 5백70억달러의 융자를 결정했으나 한국 금융위기의 초기진화에는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지원에 참여한 국제기관이나 관계국들은 지금까지의 「틀」에 얽매여 진화작업을 늦추면 안된다. 사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융자확대 등 추가조치를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한국 통화위기의 원인은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통화위기 물결의 영향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 자체의 문제다.
만성적인 무역적자 개선을 게을리하고 성장정책에 집착한 결과 은행과 기업들의 외화차입이 지나치게 늘었다. 그 중에는 재벌기업이 채산성 없는 분야에 돈을 쏟아부어 거의 회수불능상태에 빠진 것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화가치를 절하하고 IMF 등의 지원자금으로 신용불안을 없애는 게 필요하다. 또 경제성장 속도를 낮춰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재벌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을 정부가 실행하는 게 불가피하다.
IMF가 요청한 긴축정책은 어떤 나라에도 인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자들이 이 원칙을 잊어버리면 그 순간부터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 높아진다.
한국은 국민총생산과 무역규모 등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으며 일본으로서는 미국 다음의 수출시장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안정은 일본경제를 회복하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다.
또하나 잊어서는 안될 일은 한국 경제위기가 가져올 정치적 영향이다. 「한국자본주의는 괴멸했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내서는 안된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한국의 통화위기는 일본에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