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외환시장, 홍콩 충격파…「기아해결」호재 물거품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국가 주가폭락 및 통화위기의 「외풍(外風)」이 한국의 주식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홍콩증시가 23일 하루만에 10.4%나 폭락하는 등 동남아 통화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협조융자협약 제정, 기아사태 해결 등을 호재로 상승분위기를 탔던 국내 증시가 다시 무너지고 만 것. 24일 홍콩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서울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매도세를 겁낸 개인투자자들이 하한가 투매(投賣)에 나서면서 사상 최대의 하락폭과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서울외환시장도 극도로 불안한 양상이다. ▼증시 충격〓전문가들은 홍콩 등 동남아증시 폭락사태가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시아 주식시장의 대표격인 홍콩의 주가마저 폭락할 경우 영미계 대형펀드들이 아시아지역 투자비중을 서둘러 줄이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주가하락률이 낮은 한국증시는 최대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책은 없나〓불행히 전문가들도 묘안은 내놓지 못하는 형편. 다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 환율을 안정시키고 외국인들에게 「추가부도는 없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만이 장차 이들을 다시 매수세력으로 돌아서게 하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韓相春)연구위원은 『현재의 외환보유고로는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무제한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유명무실한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외환시장 충격〓24일 서울 외환시장은 오전엔 동남아 금융시장의 위기라는 외부 요인이, 오후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이라는 내부 요인이 연거푸 작용해 큰 충격을 받는 모습.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며칠 사이에 환율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동남아 금융시장이 24일 안정세를 회복했는데도 우리나라의 외환시장만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딜러들이 외환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한 걸음 늦게 대응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경준·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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