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의 뒷마당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남미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제2기 대통령취임후 처음으로 남미를 순방중인 클린턴 대통령은 13일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군중을 상대로 한 연설을 계획했으나 청중이 불과 2천명에 불과, 일단 스타일을 구겼다.
클린턴은 지난달 동유럽의 루마니아를 방문했을 때 루마니아 국민들로부터 받은 열렬한 환영을 상기하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엘 팬티온 광장에 도착했으나 광장의 3분의 2가 텅텅 빈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모든 것은 환상적』이라는 극찬을 남기고 이어 브라질을 방문했으나 이번에는 그가 방탄차를 타고 브라질리아시 시내를 지나는 순간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군중속에서 소형 폭탄이 터져 남자 대학생 1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현지 언론들은 폭발로 오른쪽 손가락 2개를 잃은 이 대학생이 클린턴 대통령이 탄 차량행렬이 지날 때 소형폭탄을 던지기 위해 미리 뇌관을 터뜨렸다가 폭탄까지 터지는 바람에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브라질 노조(CUT)가 조직한 수백명의 시위대도 의회건물 주위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클린턴 방문 반대시위를 벌였다. 브라질의 대법원장은 미국언론이 브라질을 「어쩔 수 없는 부패국가」라고 규정한 데 항의, 클린턴이 주최한 리셉션 참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관리들은 지난 58년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때 그에게 시민들이 침을 뱉고 돌을 던진 사실을 거론하면서 남미의 반미(反美) 분위기가 그래도 많이 가라앉았다며 자위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