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의 통화폭락 등 경제위기가 외국인 환투기꾼들에 의해 비롯됐다며 환거래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좌충우돌했던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번에는 반(反)유태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일 『말레이시아의 통화위기와 증권시장의 불안 뒤에는 유태인들의 「입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전세계 유태인들과 주변국 언론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이날 켈란탄주 등을 순회하며 행한 연설에서 『유태인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통화위기 뒤에는 유태인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슬람국가인데 유태인들은 우리가 번영하는 것을 보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가 조지 소로스도 유태인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심지어 『그들은 팔레스타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한 유태교 본부의 랍비 아브라함 쿠퍼는 14일 『반유태인 인종주의를 드러냈다』며 『그의 말은 동남아의 연무(煙霧) 만큼이나 해롭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태국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네이션도 13일자 사설에서 『마하티르는 16년간 권좌에 있었다』며 『그가 불필요하게 오래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마하티르총리는 위험하고 무책임임한인종주의자이며 동남아지역 안정을 해치는 위험 인물』이라고 힐난했다.
사태가 불리해지자 마하티르총리는 14일 자신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변명한 뒤 감기에 걸렸다며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