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한국인 21명의 유족들과 정부합동지원반이 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 본격적인 사고수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가운데 1개가 5일까지 회수되지 않아 사고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5일오후 현지에 도착한 유족들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준비된 버스편으로 희생자 유해가 안치된 칼메트병원으로 직행. 병원 영안실앞에는 캄보디아 의장대 30여명이 도열해 유족들이 도착할 때 집총자세로 경의를 표시.
유족들은 유해를 확인하기 앞서 영안실앞에 마련된 분향대로 인도돼 분향의식을 가졌으나 통곡과 흐느낌으로 분향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분향을 마친 유족들은 가족별로 순번을 정해 영안실에 들어가 시체 신원을 확인. 시체가 불타있거나 훼손상태가 심한 경우 유족들은 관을 끌어안고 통곡. 그러나 유족들이 도착하자 그동안 신원확인이 어려웠던 일부 시체도 신체의 특성이나 옷 등을 통해 신원확인이 신속하게 진행.
○…유족들은 조진형(趙鎭衡)의원 등 여야의원 5명이 이날 칼메트병원에 마련된 분향소를 다녀간 이후 사고수습을 진두지휘하던 박경태(朴慶泰)대사가 의원들을 영접하느라 병원근처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의원들의 무성의와 고자세를 비난하며 한때 흥분.
한 유족은 『의원들이 지난달 괌 사고때는 사고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작태를 보이더니 이번에는 할 일이 태산같은 대사를 붙잡고 호텔방에서 보고나 받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캄보디아 정부는 5일을 애도일로 정하고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 이같은 결정은 4일 열린 각의에서 훈 센 제2총리가 지시한데 따른 것.
○…블랙박스 문제와 관련, 베트남 정부가 파견한 사고원인 조사단장 소크 솜바우르는 5일 『블랙박스 가운데 1개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 블랙박스가 있어야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 블랙박스 중 하나는 사고당일 현장에서 즉시 수거됐고 또 하나는 마을 주민이 주워갔으나 뒤늦게 사고조사반이 찾고 있는 블랙박스라는 사실을 알고 5일 아침 신고했다는 것. 사고조사반은 이 주민에게 즉석에서 2백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 회수되지 않은 1개의 블랙박스는 조종석 내의 음성기록을 담고 있는 장치로 이것이 없으면 관제탑과 조종사 중 누가 실수했는지를 밝혀내기 어렵고 자세한 사고경위를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날 개관한 「캄보디아―한국 우호관」은 흰색 3층건물로 강의실 9개가 마련된 별관. 강의실에는 교탁하나만 놓여있는데 책상과 의자는 원광대동창회측이 마련해주기로 한 것이어서 이미 주문한 상태라고. 훈 센총리는 박경태(朴慶泰)한국대사와 함께 이 건물을 둘러보며 한국에 다시 감사를 표시. 이 건물 3층 외벽에는 캄보디아어로 「캄보디아―한국 우호관」이란 이름이 금색으로 새겨져 있다.
○…그동안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졌던 태국어린이(2) 외에 또다른 생존자로 보도된 베트남 어린이(4)는 프놈펜 시내 칸타 보파 병원에 입원 치료중인데 외신들은 이 때문에 생존자를 1,2명으로 엇갈리게 보도. 그러나 5일 현재 이 어린이의 이름이 사고기 탑승자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가족도 나타나지 않아 사고기 부상자인지, 아니면 사고지점 주변의 지상에 있다가 부상을 당했는지는 좀더 있어야 밝혀질 듯.
○…한국내무부 산하 중앙119 구조대가 이번 사고수습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구조요원을 파견했으나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고현장 구조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여서 허탈해 하는 모습.도착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열우 소방경은 『3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장비 등 1백여개의 구조장비를 완벽하게 갖춰 왔는데…』라며 허탈해했다.
〈프놈펜〓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