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몇시?]美 장기호황…日-유럽 회복세

  • 입력 1997년 8월 25일 08시 04분


《97년 세계경제의 화두는 단연 미국의 「장기 호황」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의 경제점수는 어떤가. 유럽연합(EU)은 단일화폐 출범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고 일본은 불황의 늪을 탈출, 경기회복단계에 들어섰다. 동남아시아 경제는 태국에서 비롯된 화폐위기 때문에 고비를 맞고 있다. 세계각지의 경제현황을 특파원을 통해 짚어본다.》 ▼ 일본 ▼ 일본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97년 경제백서」에서 「일본 경제가 거품경기(버블) 붕괴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수 위주의 자율회복 기조에 들어섰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그러나 실제로 경제현실이 이토록 「장미빛」 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민간 연구소들은 「경기가 바닥을 벗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의 경기관련 지표를 보면 일본은행 등의 분석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무역흑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 7월중 신차(新車)판매대수는 10%, 6월중 광공업 생산지수는 3% 가량 감소했다. 작년에 3.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4분기에는 2.2%를 기록한데 이어 2.4분기에는 1%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것은 소비세 인상 여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제화 정보화 자유화라는 구조 조정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저수준의 저금리와 재정구조 개혁을 위한 공공사업 축소방침으로 당분간 경기촉진용 금리 및 재정정책을 쓸 여지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동경〓권순활특파원〉 ▼ 유럽 ▼ 유럽의 경제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수출호조 내수부진」의 독일형과 「수출부진 내수호황」의 영국형으로 크게 대별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같은 경기상승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단일통화 「유로」의 가입기준인 재정적자 3%를 대체로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은 마르크화의 하락으로 자동차 화학제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 7월말까지 사상최대인 9백억 마르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출호조에도 불구, 임금안정과 내수부진으로 인플레는 1.6%에 그쳤다. 실업률은 12%(4백30만명)에 달하나 주가상승률이 50.7%에 이르는 등 낙관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프랑스는 프랑화가 6년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6.2로 떨어져 자동차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8백억프랑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내수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이같은 수출호조에도 불구, 내수부진과 투자감소로 경제성장률은 2%에 머물렀다. 실업률은 12.6%로 상당히 높은 편이나 물가는 0.5% 상승선에서 안정돼 있다. 영국은 파운드화의 강세로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부진해 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활기를 띠어 인플레율이 3%에 이르자 중앙은행은 5월이후 네차례에 걸쳐 0.25%씩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경제체질 개선으로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노조의 태도변화로 임금이 안정돼 올해도 3.5%의 건실한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본〓김상철특파원〉 ▼ 동남아 ▼ 동남아 각국의 경제는 최근의 외환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의 통화는 지난 6월말이후 현재까지 각각 24% 16% 9% 13% 6%씩 평가절하됐다. 이같은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무리한 고정환율제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가져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각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고정환율제 하에서 고평가된 환율수준을 억지로 유지하다 평가절하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일시에 폭락이 야기됐다는것. 태국의 경우 고금리 정책으로 막대한 외국자본이 유입되었으나 이들 외국자본이 생산적 분야보다는 부동산과 주식투자에 집중되어 거품을 형성했으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락과 주식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기관이 부실화된 것이 이번 외환위기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부동산 거품현상과 경상수지 적자, 고금리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 등으로 인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경제는 최근의 일시적인 곤란에도 불구하고 그 역동성과 활성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경제연구기관들은 전망한다. 홍콩의 영국계 은행인 스탠더드앤드차터드 은행은 최근의 경제보고서에서 동남아 경제는 지금까지 연 8∼10%의 고성장 보다는 다소 낮지만 여전히 6∼7%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노사 안정과 인플레 억제 등 지금까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오던 정치 사회적으로 유리한 경제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정동우특파원〉 ▼ 중남미 ▼ 태국 등 동남아의 재정위기에 이어 경제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곳은 브라질의 상파울루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86%의 수익을 거둘 만큼 치솟았던 주가가 지난달 19일 16%나 폭락, 그동안 주가상승이 거품이었다는 불안감을 던졌다. 그동안 브라질에서는 가정주부 택시운전사 공장근로자 할 것없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의 90년대 초반과 같은 증권붐이 일었었다. 상파울루 주식시장의 폭락은 멕시코 시티에서부터 리우데자네이루까지 퍼져나갔다. 이른바 「삼바 효과」다. 중남미 각국은 90년대부터 정부규모의 축소와 대규모 민영화를 골자로 한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동시에 시행하는 등 비슷한 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상황이 곧바로 주변국에 파급된다. 민영화에 따른 대량실업도 중남미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큰 요인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실업률이 17%에 달해 정정(政情)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는 노동자의 60%가 참여한 대파업이 시작돼 주요항구가 마비되고 있다. 또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인플레를 잡기위해 정부가 환율을 고정시켜 통화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플레는 잡았으나 통화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외국자본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중남미의 경제성장률은 5% 안팎으로 경제자체는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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