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엘니뇨현상(적도선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현상)으로 국제 농산물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산물수입이 많은 우리나라와 외국의 식량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미국내 관련자료를 수집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현상은 태평양연안 국가들의 농산물 수확량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엘니뇨는 평균 지속기간(12∼15개월)을 고려할 때 4.4분기(10∼12월)부터 내년 1.4분기(1∼3월)사이에 가장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의 경우 소맥생산이 이 기간중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필리핀의 쌀 수확량도 16%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농산물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도 과거 엘니뇨때의 예를 고려할 때 30% 가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부터는 세계 곡물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경우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수입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만큼 국내물가도 오르게 되기 때문에 인플레 발생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또 같은 분량의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외화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수지 적자폭도 최소한 20억달러 이상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도 엘니뇨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 2백50만t의 대부분을 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농산물가격이 폭등할 경우 지원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물로 지원을 해 온 나라들도 식량가격이 크게 오르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금지원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금까지 현물기준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실시해 왔는데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현물제공을 고수할 경우 지출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현재 엘니뇨에 의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 평균보다 섭씨 3도 가량 높아져 지난 82년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이에 따른 농산물가격의 상승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농산물가격 상승현상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