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사고 닮은꼴 美소설「에어 프레임」『눈길』

  • 입력 1997년 8월 15일 20시 22분


칠흑같은 새벽 어둠을 뚫고 홍콩을 출발, 미국으로 향하던 홍콩국적 여객기가 태평양상공 11.1㎞ 고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정상궤도를 이탈, 갑자기 곤두박질한다. 조종실에서는 경고음이 윙윙거리고 비행기는 급상승과 하강을 거듭한다. 기내는 아비규환. 조종사는 비상착륙에 성공하지만 5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대한항공기 괌 상공 추락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항공기가 부품 결함과 조종 미숙으로 대형사고를 내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쥬라기 공원」의 저자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에어 프레임」(항공기 기체).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속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항공기가 착륙할 때 고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부품을 고정하는 나사가 불량품인 사실이 밝혀진다. 조종사가 항공기 부품 결함으로 인해 갑자기 발생한 비상상황에 당황하면서 응급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소설에서는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와 관련이 있는 여러가지 가설이 언급되고 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를 「골치아픈 존재」로 간주하는 항공사측의 태도는 눈길을 끄는 대목. 작가는 항공사 간부의 입을 빌려 『언론은 블랙박스가 비행의 모든 비밀을 풀어줄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 별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의 한 항공사는 이 소설속에서 사고발생 후에도 해당 여객기가 안전하다고 믿고 한때 1백10대나 구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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