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유가족 상담실]美서 심리치료요원 급파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괌 퍼시픽스타 호텔에 설치된 유족분향소 옆에는 분향소만큼이나 유족의 발길이 자주 닿는 방이 하나 있다. 「유가족상담실」. 국내의 숱한 대형사고 현장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생소한 이름의 이 방은 사고가 난 6일 괌 정부와 적십자사가 함께 설치했다. 괌 적십자사 루산 칠드리스 총재는 『상담실은 숱한 테러와 비행사고를 겪은 미국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그후 오랫동안 심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월남전 등을 경험한 미국사회가 유족의 정신적인 충격완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것은 8일 오전 미국 본토에서 20여명의 적십자사 요원이 추가로 유가족상담실에 파견됐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동부에서 발생한 TWA기 폭파사고때도 활동했던 심리상담 전문요원. 상담실은 유족의 정신적 쇼크를 줄이기 위해 A4용지 크기의 「유족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내용은 「충격이 크겠지만 약물이나 술로 정신적인 충격을 이겨내려는 것은 부적당한 방법이다」 「기억력상실 식욕감퇴 수면장애 등의 증상은 심리쇼크로 인한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이때문에 자신을 정신적 이상자로 판단하거나 자포자기하지 마시오」 등 10여가지. 상담실은 이같은 심리상담 외에 현지 병원에서 2명의 의사를 지원받아 졸도나 신경쇠약 증상을 보이는 유족의 현장치료도 담당하고 있다. 또 20여명의 한인교포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유족과 상담전문가의 통역 등을 돕고 있다. 괌 적십자사 요원중 유일한 한국인인 崔秉浩(최병호·45)씨는 『미국인들은 사상자 구조활동만큼이나 유족의 심리불안으로 인한 제2, 제3의 연쇄사고에 많은 신경을 쓴다』면서 『이를 위해 적십자사요원들은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심리상담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