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고베살인」분석]『중학생이…』 열도 장탄식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일본열도는 고베(神戶)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초등학생 살해 및 시체 유기사건의 범인이 불과 14세의 중학생으로 밝혀진뒤 충격과 경악에 휩싸여 있다. 모두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은 신문 편집에서 가급적 냉정을 잃지 않는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간지의 29일자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설마 중학생이…」 「사회에 도전, 왜…」 「놀라 숨죽인 교육계」 등의 제목은 일본 사회가 이 끔찍한 사건이 10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정확한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학생 범인은 피해자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 대한 반항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된다. 숨진 하세는 정신이 황폐해진 한 중학생의 불만을 표출하는 「희생양」으로 선택됐다는 것이다. 범인은 범행후 절단한 시체 일부를 버린 모교 정문에 남긴 편지와 일부 언론사에 우송한 「성명」에서 『나를 만들어낸 의무교육과 이를 만든 사회에 대한 복수를 잊지 않는다』고 주장, 학교교육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평소 게임기와 만화에 지나치게 몰두한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하세를 살해하기전 고양이를 죽이고 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등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는 했다. 전문가들은 이때문에 범인 개인의 특성보다는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른 목표상실과 공동체 의식의 퇴조, 일류학교 진학 독려 및 인성교육을 소홀히하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일본의 청소년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청소년의 흉악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일부 일본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알수 있게 하는 계기도 됐다. 『일본인이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리 없다』며 은근히 재일한국인 등 외국인의 소행으로 몰아가려 했던 분위기는 또다른 「희생양 만들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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