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아시아자본 환영』 잇단 추파…시베리아개발 타진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아시아인이여, 러시아는 바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과의 경제협력강화 회의에서 러시아 고위관료가 한 연설의 일부다. 동아시아에서 동남아를 거쳐 중동을 잇는 러시아의 대(對)아시아 접근이라는 「그랜드 플랜」을 읽게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독주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장 등에 맞서 추진중인 실리외교의 구체화, 즉 「아시아 벨트」구축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명분과 이념을 중시하던 과거의 외교 관행과는 다른 장면도 쉽게 목격된다.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23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릴레이식으로 방문, 「실무 외교」를 펼친다. 러시아의 △삼협(三峽)댐 프로젝트 참여 △대중국 군수물자 수출 등 경제교류확대가 주요 의제다. 이에 앞서 지난주 방일중이던 넴초프 제1부총리는 일본기업인들에게 『러시아에 1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기업 세곳에는 선착순으로 모든 도움을 주겠다. 사무실과 집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관심있으면 한밤중에라도 전화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청탁했다. 다음달 말에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달 사이에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셈이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이달초 아세안과의 경제협력강화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열고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두마(하원)는 지난달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동유정개발 등 이라크와의 경제협력강화 법률안을 발의, 통과시켰다. 대 이라크 엠바고(무역제한 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 정부는 반대입장을 밝혔으나 내심 「총대를 메준」 의회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모스크바〓반병희 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