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흑해함대 분할합의]『명성』역사속으로…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구 소련의 흑해함대가 지난 두세기간에 걸친 영광을 마감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갈라지게 됨에 따라 80여년간 휘날려온 구 소련의 쇠망치와 쇠낫의 붉은 깃발도 사라지게 됐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와 파블로 라자렌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가 28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만나 양국간 함대 분할비율(러시아 5백40척, 우크라이나 1백60척)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내의 항구 세바스토폴을 20년간 임대 사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양국간 협상이 난항을 겪자 흑해함대는 그동안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한채 구 소련국기를 아직도 게양해야 하는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었다.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공동훈련때는 『이미 사라진 국가의 국기를 단 무국적선』이라는 이유로 기지로 되돌아가야 하는 수모도 겪었다. 1783년 제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창설한 흑해함대는 북해 및 발트 그리고 태평양 함대와 함께 구 소련의 주력함대로 잠수함 3척과 40여척의 전투함을 비롯, 7백여척에 6만7천여 병력을 갖춘 공포의 존재였다. 그러나 소련붕괴뒤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면서 흑해 함대의 모항인 세바스토폴항과 함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흑해함대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함대의 해체에 반대, 독립국가연합(CIS)사령부 산하에 함대를 존속시키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양국 정부에는 「씨도 안먹히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오는 9월부터 세바스토폴항 동쪽 해안기지에는 러시아함대, 서쪽엔 우크라이나 함대가 정박하는 기묘한 모습을 맞으며 흑해함대는 파란 물결속으로 옛 영광을 감추게 됐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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