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인 정치인, 선진국선 『매장』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공인들이 국회청문회와 같은 공개석상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선진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을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지 않고는 못배긴다. 법을 어겼다는 사실보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3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스스로 사임하도록 만든 워터게이트사건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미국 ABC방송 서울지국장 마이크 웬거트(53)는 『미국에서는 국민을 속이는 공인들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한다』면서 『거짓말하는 공인들이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도 그럭저럭 용인되는 한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진실을 그대로 밝혀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89년 이란콘트라게이트 청문회에서 해군중령신분으로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일원이었던 올리버 노스는 로널드 레이건대통령이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후 그 수익을 전용, 마이애미에 본부를 두고 있던 니카라과 콘트라반군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노스는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제명됐을 뿐만 아니라 해군에서 불명예제대를 당했지만 미국 국민으로부터 「영웅」대접을 받았다.연세대 정치외교학과 申命淳(신명순)교수는 『공인들의 거짓말을 용인해주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문제』라며 『거짓말을 반복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뿐 아니라 선거를 통해 냉혹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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