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 등 좌파가 예상을 뒤엎고 선전, 집권 우파에 우세를 보임으로써 오는 6월1일 2차 결선투표에서 의회내 다수파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6월1일의 결선 투표에서 좌파가 다수의석을 차지할 경우 지난 86년과 93년에 이어 또다시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들어서게 되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향후 국정수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3천9백만명의 등록 유권자중 69%가 투표에 참여해 지난 93년 총선 때와 비슷한 투표율을 기록한 이날 1차 투표에서 사회당과 공산당 등의 좌파 연합은 40.5%(70%개표 결과) 득표율을 기록, 각각 15.2%와 15.4%의 득표율을 보인 공화국연합(RPR)과 프랑스민주동맹(UDF)의 집권 중도우파 연합 보다 10% 가까이 앞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좌파가 다시 집권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오는 6월1일 2차 투표에서 사회당과 공산당 등 좌파가 272∼303석, RPR-UDF 우파연합이 250∼27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좌파의 집권 가능성과 함께 우파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는 후보난립으로 정당간에 득표가 분산된데다 2차 투표 결과는 1차 투표 기권자의 참여율과 2차 투표 진출 후보의 소속 정당 등 변수가 많아 아직 좌파의 과반수선(2백89석) 확보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아울러 1차 투표에서 부진한 집권 중도우파 연합이 기권자에 대한 지지호소 등 배수의 진을 치고 2차 투표에 임할 것으로 보여 좌파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양측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투표에서 예상밖의 승리를 거둔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당수는 사회당 등 좌파의 선전은 『국민들이 사회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프랑스인들은 좌파에 장래를 걸고 있다고 논평했다.
1차 투표에서의 부진에 실망한 우파측인 인사들은 투표 결과를 국민들의 경고와 질책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2차 투표에서의 선전에 기대를 걸고있다.
RPR 당수인 알랭 쥐페 총리는 『지난 93년 선거와 비슷한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었다』고 1차 투표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2차 투표에서 아직 「大단합」을 보일 기회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쥐페 총리는 후보 난립이 프랑스인들의 다양한 견해 표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프랑스인들은 1차 투표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음을 표명했으며 『우리는 이같은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변화가 좌파로부터 나올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좌파가 집권하면 개혁은 15년 뒤로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UDF의 프랑수아 레오타르 당수는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전투」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며 모든 것은 오는 6월1일의 2차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논평했다.
로베르 위 공산당 서기는 국민들이 앞으로 5년동안 「믿어달라」는 시라크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했다면서 시라크대통령은 내년으로 예정됐던 총선에서의 패배를 회피하고 프랑스내 토론의 기회를 단축하는 등 「책략」을 썼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 펜 당수는 시라크대통령이 「백지수표」를 요구했으나 국민들로부터 거절당했다면서 앞서 故드골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시라크대통령도 중도에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