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모부투 세세 세코가 떠난 뒤 자이르 국민들은 그의 호화저택을 무차별 약탈, 독재자에 대한 분풀이를 했다. 모부투는 이같은 국민들의 원성을 피해 토고의 수도 로메로 도망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반군에 추격당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부투는 반군의 수도 입성을 앞둔 16일 킨샤사를 떠나 북부 그바돌리테의 궁전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17일밤 반군들이 들이닥치자 모부투는 필사의 탈출극을 벌여야 했다. 포성으로 반군이 쳐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챈 그는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허겁지겁 대기중인 화물기에 뛰어올랐다. 반군은 이륙하는 비행기를 향해 총격을 가하며 추격했으나 끝내 놓치고 말았다. 당황한 모부투는 모로코로 가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을 변경, 오랜 친구인 그나싱베 에야데마가 통치하고 있는 인근 토고로 비행기 기수를 돌리게 했다. 그는 현재 둘째 아들 느장가와 함께 에야데마의 비어있던 궁전에 머물고 있다.
84명의 친척들과 함께 콩고의 브라자빌로 피신했던 장남 콩굴루도 간신히 탈출했다. 모부투가 토고에 안착한뒤 그바돌리테에 있던 개인 제트기를 브라자빌로 보냈으나 조종사가 더이상 모부투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며 도망쳐버린 것이다. 당황한 콩굴루는 제트기를 전세내 가봉으로 가려 했으나 가봉정부가 착륙을 허용하지 않아 결국 19일밤 여객기로 토고로 갔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