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메카 대화재]성지「불지옥」으로…2천3백명 사상

  • 입력 1997년 4월 16일 20시 04분


이슬람 성지 큰불
이슬람 성지 큰불
전세계에서 2백여만명의 이슬람교 순례자들이 운집한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외곽 야영지에서 15일 큰 불이 나 1천6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참극이 발생했다.

사우디방위국 국장은 1천2백90명 이상의 순례자가 부상했다고 밝혔으며 목격자들은 다수의 압사자들을 포함, 사망자가 최소한 3백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약 5시간 가량 계속된 이 불로 25㎢에 이르는 야영지에 빽빽이 설치된 7만여개의 천막은 모두 소실됐으며 번지는 불길을 피해 순례자들이 이리저리 대피하는 과정에서 압사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야영지는 국가별로 구분돼 있었는데 파키스탄인의 한 천막에서 정오직전 처음 일어난 불은 섭씨 40도의 메마른 기후 속에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삽시간에 천막촌 전체로 번졌다.

정확한 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점심을 준비하던 간이 가스조리기구의 불이 천막에 옮겨붙으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희생자들은 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인들로 알려졌다. 성지 순례는 이슬람교도들의 의무중 하나이기 때문에 순례자의 행렬에는 죽기 전에 성지 순례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

인도에서 온 한 순례자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며 이 과정에서 힘없는 노인들이 넘어져 압사자가 많이 나왔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

○…이번 참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천막시설과 관리때문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던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

매년 순례시즌엔 메카에는 1백여개국에서 2백여만명의 이슬람교도가 모여들어 야영지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순례자들의 언어도 제각각이라 효율적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때문에 지난 90년엔 순례터널에서 1천4백여명이 질식사하는 등 80년이후 이번 사고까지 합해 일곱번의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불이 나자 사우디 당국은 헬기와 소방차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는 한편 메카에 있는 모든 병원에 비상동원령을 내렸으며 거처를 잃은 순례자들을 평원 외곽에 급조된 1만여동의 천막에 분산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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