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潘炳熙특파원]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21개월간 3만여명의 희생자를 냈던 체첸자치공화국은 27일 실시된 선거에서 중도파인 아슬란 마스하도프 연립내각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새로운 질서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체첸중앙선거위원회 무마디 사이다예프 위원장은 28일 마스하도프 후보가 전체 투표자의 60% 정도를 획득,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마스하도프는 이제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에서 명기한 「향후 5년간의 유보기간을 거친 뒤 체첸의 미래를 체첸인에게 맡긴다」는 규정을 준수하며 체첸을 독립의 길로 이끄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러시아가 내심 바랐던 마스하도프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체첸이 향후 전후복구 및 경제재건 등에 필요한 지원을 러시아로부터 받아내는데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체첸의 장래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마스하도프 역시 다른 후보들처럼 체첸의 완전독립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골수 민족주의자」이며 국민들의 그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즉 마스하도프가 여론의 압박속에 독립선언을 앞당길 경우 러시아와의 갈등 재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는 체첸이 완전 독립할 경우 민족분규 소요조짐이 있는 인근 카프카스 지역에까지 그 파장이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영향력과 국토 축소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체첸측이 구실을 만들 경우 러시아와 체첸의 분규재연은 항상 내재돼 있다.
강경파들의 존재도 큰 부담이다. 강경파인 샤밀 바사예프 전 반군야전사령관 등 반군 지도자들은 각자 독자적인 지지세력을 갖고 있어 마스하도프의 강력한 리더십 발휘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공동의 적」을 향해 뭉쳤지만 이제는 서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