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日대사관 인질극]현지표정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리마〓李圭敏특파원】지난 22일 한차례 대규모 인질이 석방되면서 평화적인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던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 인질억류사건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조용하면서도 여전히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투팍 아마루 게릴라들은 이날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히 인질들에게 과자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용의주도하게 인질을 분류, 최후까지 볼모로 삼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어 상황은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번 인질사태를 일으킨 투팍 아마루는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에 이어 페루에서 두번째로 큰 게릴라 단체이지만 성향이 온건해 페루정부는 이번 사건이 센데로 루미노소에 의해 발생된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는 표정. 페루정부는 만일 과격단체인 센데로 루미노소가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경우 초반부터 상당한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명의 인질도 다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들이 제도권 정당에서 분파된 게릴라로서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 ○…투팍 아마루가 단계적으로 인질을 석방하고 있는 가운데 잔류자들을 분석한 한 외교관은 범인들이 석방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이 매우 조직적이고 영리하다고 평가. 기업인들을 석방하면서도 누가 기업내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 또 정부관리나 국회의원가운데도 후지모리 대통령의 측근이나 테러에 대해 평소 강경책을 주장하던 인사들을 골라내 별도 관리를 하는 등 세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 ○…페루정부는 23일 리마주재 일본대사관저에 45분간 전기를 공급했는데 이번 조처는 관저측이 지붕에 있는 물탱크를 채워 식수를 보충하고 더럽혀진 화장실 등을 청소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에서 이뤄진 것. 한편 게릴라들은 인질에게 매일 일상용품을 공급해온 적십자위원회로 하여금 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특별배려로 파이 야채샐러드 및 깨끗한 티셔츠와 속옷을 전달토록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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