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계를 움직인 사람들/옐친]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모스크바〓文明豪특파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오전 크렘린으로 출근, 오랜만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재개했다. 지난 6월 대통령 선거전 결선투표일을 불과 1주일 남겨 놓고 심장병이 악화되어 집무실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정상업무로 복귀한 것이다. 옐친대통령의 크렘린 복귀는 그가 대권과 건강회복을 겨냥한 올해 정치적 개인적 투쟁에서의 승리를 완결했음을 의미한다. 옐친이 지난 2월 15일 고향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을 때에만 해도 그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옐친의 「개혁의 기수」라는 이미지는 퇴색되어 인기는 바닥에 떨어져있었고 그의 집권 5년동안 시장경제개혁 정책 속에 경제는 더 피폐해졌으며 범죄와 관리들의 부패, 사그라질줄 모르는 관료주의의 폐해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개방된 사회에서 오히려 현실에 더 강한 불만을 지닌채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꾼」 옐친은 집권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각종 공약의 남발과 금전의 대량 살포, 뉴스미디어 장악,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스탈린시대의 공포정치를 회상시키는 조직적인 반공캠페인을 통해 최대의 정적인 좌파연합의 후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의장을 물리쳤다. 6월 16일 1차투표에서 35.2%의 득표에 그치자 즉각 3위 득표자인 알렉산드르 례베드장군을 영입, 7월 3일의 결선투표에서는 53.8%의 지지로 승리를 확정지은 것은 그의 정치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운신이었다. 선거전의 중요한 고비인 결선투표일 1주일 전에 돌연 유세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공석에서 자취를 감춘 옐친은 선거 후에도 취임식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것 이외에는 일체의 공식활동을 중단, 그의 건강과 향후 러시아 정국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옐친은 9월 5일 러시아의 정치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나쁜 건강상태를 스스로 국민에게 공개하고 수술을 받을 것임을 공개선언하는 정면돌파를 시도, 결국 두달 후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정상집무를 재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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