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을 잡아라』외국대학 유치전쟁 치열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2분


토플(TOEFL)성적이 낮아 미국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해 고민해오던 이모씨(20·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지난달 한 유학알선업체로부터 솔깃한 말을 들었다. 『토플성적은 관계가 없다. 미국에 일단 들어가 1년동안 영어연수를 마치면 조건없이 학사입학이 보장되며 연수성적 중 일부는 학점으로 인정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소위 「조건부입학제도」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미국의 뉴욕대 등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대학에서도 이 「조건부입학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한국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교육시장개방을 앞두고 외국대학들이 앞다퉈 서울로 몰려와 한국학생 유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거나 설명회 등을 갖고 파격적인 입학조건과 장학금제도를 소개하며 유학희망자를 모집하는 외국대학이 적지 않다. 또 국내유학알선업체에 「학생1명 모집에 얼마」하는 식으로 수수료까지 주며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 외국대학도 있다. 최모씨(24·영국런던대 경제학과 2학년)는 지난해 초 런던대가 개최한 설명회에서 런던대에 「한국인을 위한 장학금제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유학을 떠났다. 최근 방학을 맞아 일시귀국한 최씨는 『실제 런던대에 가보니 「한국인만을 위한 장학금제도」가 있더라』며 『장학금수혜율은 국내 사립대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유학알선업을 하는 宋柱明(송주명·35)씨는 지난 달 영국 워윅대의 마케팅부서 담당자로부터 『당신이 소개해준 학생들 때문에 우리학교의 외국인 정원이 적절하게 충원됐다. 우리 대학이 당신에게 수수료를 보낼 수 있도록 계좌번호를 가르쳐달라』는 편지를 받고 놀랐다. 송씨는 지난 8월 서울을 방문한 이 대학 부총장을 위해 자신이 아는 유학희망자 몇명을 소개해주었다는 것. 송씨는 『이 대학 경제학과 정원의 1%에도 못미치는 5명의 학생을 소개해 주었을 뿐인데 2백여만원의 사례금을 보내주겠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송씨와는 달리 한국학생을 유치하려는 외국대학에 직업적으로 유학생을 소개해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호주에서 20여년동안 거주하다 호주 퍼시픽대 마케팅부의 아시아교육홍보 이사로 임명받고 지난 94년 한국에 입국한 兪俊雄(유준웅·46)씨는 『지난 94년부터 매년 5백여명의 어학연수생과 1백여명의 학부과정 유학생들을 호주에 보냈다』며 『나와 같이 호주대학의 간부로 임명되어 월 1천달러의 홍보활동비와 알선수수료를 받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유학전문가들은 『올 겨울에도 한국학생들을 유치하려는 외국대학의 홍보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로 재정상태가 좋지않은 외국대학들이 한국학생유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丁偉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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