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보다 스태프가 더 많아? 日 남자 농구 대표팀에…시카고 불스 코치는 왜 있어?[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30일 12시 00분



다음 달 7일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과 상대하는 일본 농구 대표팀 명단. 스태프(위 표)가 선수(아래 표)보다 더 많다. 일본농구협회(JBA) 홈페이지
다음 달 7일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과 상대하는 일본 농구 대표팀 명단. 스태프(위 표)가 선수(아래 표)보다 더 많다. 일본농구협회(JBA) 홈페이지


한국과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이 7월 6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리는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맞붙는다. 일본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나올까 궁금해 일본농구협회 홈페이지에서 대표팀 명단을 훑어보다가 두 번 놀랐다.

먼저 스태프 수였다.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세어 봤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최신 명단에서 스태프 26명, 선수 23명이었다. 처음 봤다. 이런 숫자.

대표팀 감독은 오케타니 다이다. 오케타니 감독은 최근 일본프로농구(B리그) 류큐에서 가와시키 감독으로 옮겼다. 코치로는 B리그 다른 팀 감독, 코치 등 3명과 요르단 농구 대표팀 코치를 지내고 현재 무소속인 마코토 마미야가 이름을 올렸다.선수 개발 코치(Player Development Coach), 스포츠 퍼포먼스 코치, 비디오 코디네이터, 분석관, 트레이너, 팀 닥터, 디렉터 등 다양한 스태프가 명단에 있다. 대표팀이라기보다 농구연구소를 보는 듯했다.

왜 스태프가 선수보다 많은지 알아보기 위해 일본농구협회(JBA) 자료와 일본 언론 기사를 찾아봤다. 당장 드는 생각은 선수 23명에게 개별 피드백을 주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성장 과정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가 더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대표팀 디렉터이자 JBA 강화위원장인 이토 타쿠마는 한술 더 떠 이번 대표팀을 디벨롭먼트 캠프(개발 캠프)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월드컵 아시아 예선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선수의 성장 가능성과 경기력까지 점검하고 지도자도 육성하는 캠프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선수와 스태프의 정신적 컨디션까지 중요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토 위원장은 “이 체제는 월드컵 예선뿐 아니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다. 나아가 중장기 강화(强化)를 진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5년, 10년 뒤 선수층을 넓히는 작업으로 보인다.

B리그 신슈, 우츠노미야, 센다이에서 뛰다 지난 시즌에는 이바라키에서 활약한 전 한국 국가대표 양재민은 “일본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 규모로 가고 있다”면서 “현역 프로 감독, 코치들이 대표팀 일원으로 오케타니 감독과 함께 전술 등을 공유한다.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시너지를 내는 전술 연구가 계속 이뤄지는 것이다.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NBA 시카고 불스 코치의 선수 육성 공식

낯선 이름 한 명 때문에 또 한 번 당황했다. 마이카 버노(Micah Burno). 선수 개발 코치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소속이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로 돼 있다. 확인해 보니 버노는 불스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있다. 그가 왜 일본 대표팀 스태프에 포함됐을까.

과거 일본이었다면 이름난 NBA 감독이나 스타 출신 코치를 데려왔을 터다. 하지만 버노는 선수 개발과 영상 분석을 담당하는 실무형 코치다. 일본 간판 가드 가와무라 유키가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배우려는 것은 버노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그가 갖추고 있는 시스템이다.

JBA는 “NBA 수준의 워크아웃(work out)을 선수뿐 아니라 젊은 지도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농구에서 워크아웃은 선수 약점을 분석하고 기술과 움직임을 보완하며 체력을 끌어올리고 영상 분석을 통해 피드백하는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다. NBA에서 선수를 키우는 방식을 버노를 통해 배우려는 포석이다. 버노는 일본 대표팀 성장 방정식의 상수라기보다 선수의 잠재력 값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계수다. 일본 대표팀 미래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선수를 더 성장시키는 데에는 필요조건이다.

日 ‘12년 구상’ 첫발… 대표팀을 미래 인재 양성소로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는 일본 축구에서 봤듯 일본 농구 행정도 주도면밀하다.

JBA는 2016년부터 협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0년까지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2032 브리즈번 올림픽, 2036 올림픽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은 ‘12년 구상’을 발표했다. 그 구상의 첫발이 이번 일본 대표팀 구성이다. 선수 육성은 물론 지도자와 지원 인력까지 함께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JBA는 좋은 선수와 지도자가 선순환적으로 꾸준히 배출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양재민은 “유럽 팀 지도자나 스태프들이 이런 계획을 보고 B리그 팀을 계속 노크한다. 일본에서의 경력이 자신의 가치를 올린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든 원대한 구상을 하고 큰 목표를 정할 수는 있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이뤄 나가는 실행이다. 목표의 방향과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거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합의나 공감대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실행은 더 어렵다.

한국 농구를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029년까지 대표팀 육성 관리 시스템을 정착하고 2032 브리즈번 올림픽에서 남녀 각각 8강과 4강 진출을 노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농구협회 농구미래발전위원회가 2024년 내놓은 미래전략보고서에도 그 장기 플랜을 위한 단계적 실행 계획은 안 보인다. ‘어떻게’가 없다.

일본 대표팀 명단에는 JBA의 액션 플랜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일본전 한국 대표팀 명단에는 감독, 코치, 스태프 이름조차 없다. 두 나라 농구의 미래를 좌우할 진짜 승부의 추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자 농구 대표팀#일본#시카고#불스#국제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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