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층이 달걀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다.
미국 로마린다대학교(Loma Linda University) 연구진은 일주일에 최소 5일, 하루에 달걀 1개를 섭취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최대 27% 낮은 경향을 확인했다. 섭취 빈도가 낮더라도 달걀을 먹는 노인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감소와 연관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 달에 1~3회 섭취하면 위험이 17%, 주 2~4회 섭취하면 약 20%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약 4만 명을 평균 15.3년 동안 추적 관찰한 ‘Adventist Health Study-2’ 코호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달걀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더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달걀의 영양 성분이 이러한 연관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달걀에는 콜린(choline)이 풍부한데, 이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전구체 역할을 한다. 또한 세포막을 구성하는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 생성에도 필요하다. 아세틸콜린은 기억 형성과 시냅스 신호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포스파티딜콜린은 세포막 안정성과 신경전달 수용체 기능 유지에 기여한다.
연구진은 이런 생화학적 특성이 달걀이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달걀에는 루테인(lutein)과 제아잔틴(zeaxanthin) 같은 카로티노이드 성분도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일반적으로 눈 건강 성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뇌 조직에도 축적돼 인지 기능과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며, 신경퇴행과 관련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뇌 내 루테인과 제아잔틴 농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 달걀 노른자에는 오메가3 지방산과 인지질(phospholipid)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시냅스 신호 전달과 신경전달 수용체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달걀은 한 때 콜레스테롤 함량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단백질·콜린·루테인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의 건강 개선 효과로 인해 재조명 되고 있다.
연구진은 달걀 섭취 방식을 폭넓게 평가했다. 삶은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 에그처럼 일반적인 섭취뿐만 아니라, 제과류나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숨은 달걀’까지 함께 분석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달걀을 먹느냐”만 본 것이 아니라 실제 식생활 전체에서 섭취되는 달걀 양을 폭넓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이 실제 생활 속 식습관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달걀만 먹는다고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달걀은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섭취해야 하며,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건강한 식습관 전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1 저자인 로마린다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역학과 오지수 부교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신자(Adventist)들은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금연·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달걀의 이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도 집중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이번 연구는 주당 최소 5개 이상의 달걀을 섭취하는 식습관이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달걀 속 콜린, 카로티노이드, 오메가3 지방산 등이 뇌 기능 유지와 산화 스트레스 감소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달걀 섭취와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 사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달걀을 특별한 효과가 있는 ‘예방 식품’으로 보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하루에 1개 정도 꾸준히 섭취하면 인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