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5.12.2/뉴스1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이 3370만 건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 내린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배너로 작게 사과문을 올린지 이틀 만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에 “사과문이 잘 보이는 데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일제히 질타했다.
이날 쿠팡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확인해 보면 쿠팡의 사과문은 자취를 감췄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고객들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노출된 정보는 고객님의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전화번호 등) 그리고 주문정보”라며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튿날인 30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대책 회의 직후에는 홈페이지와 앱에 ‘고객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배너를 띄웠다. 배너를 클릭하면 사과문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2일 오후 4시 기준 쿠팡 홈페이지에서 사과문 배너가 사라졌다(아래).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2일 오후 4시 기준 ‘사과’ 배너는 사라진 상태다. 해당 자리에는 ‘오늘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로켓배송은 내일 도착’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바로 옆에는 ‘크리스마스 빅세일’이라는 광고가 들어가 있다. 앱에서도 사과문이 있던 배너는 없어졌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과방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에게 전날 캡처한 쿠팡의 PC, 모바일 홈페이지 화면 사진을 보여주며 “쿠팡이 어떤 기업인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 문구를 찾아보라”고 물었다.
해당 사진에는 쿠팡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과문이 사라져 있었다. 이 사과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올라와 있었으나 이날 사라졌다.
사과문이 있던 자리에는 크리스마스 빅세일 광고(홈페이지) 등이 대신 올라와 있었다.
기존의 사과문은 이용자들에게 잘 보이는 ‘팝업’ 형태가 아니라 광고 배너 형태였고, 제일 위쪽 구석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 있었다. 한 의원은 “오늘 아침 9시 7분에는 이마저도 사라졌다”며 “이게 정상적인 기업의 모습이냐. 3000만명 넘는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장사 좀 더 하겠다고 이렇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박 대표는 “사과문을 저렇게만 하는 게 아니고 배너 방식으로 하고 배너를 클릭했을 때 사과문이 팝업 공지로 뜨도록 공지했다”며 “저 사과문 내용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재 2차 피해나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CS(고객 서비스)로 유입돼서 별도 이메일 공지로 다시 상세한 내용과 사과문을 보내려고 준비 중에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문제 삼으려고 했던 것은 배너”라며 “아침에 찾아보니까 그마저도 없어졌다. 잘못된 것 아니냐”고 재차 지적했다. 박 대표는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도 “대한민국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사과문이) 안 보인다”며 “사과문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이어 “숨겨진 게 아니고 (사과) 공지는 내려간 게 맞느냐”며 “이 엄중한 사태에 당연히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사과문 (다시) 올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개별적으로 사과문과 함께 내용을 다시 보내도록 하겠다”며 “다각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 불안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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