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자산 효과 미미…부동산 가계부채는 소비 제약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초과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89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액수는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보다 32.7% 많다. 사진은 24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 2025.11.24. [서울=뉴시스]
집값이 오르더라도 소비 증가 폭은 주요국보다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과거부터 누적된 부동산발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를 연평균 최대 0.44%포인트씩 둔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향후 소비를 지속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구조분석팀 김찬우·박동현·주욱·유성현 연구원이 공동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8%포인트 증가했다. 주요국 중 중국과 홍콩에 이어 세번째로 빠른 증가율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 누증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 여력을 제약한 결과다. 저자들은 또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대출이 민간소비를 2013년부터 매년 0.4~0.44%씩 둔화시켰다는 추정 결과도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12년 수준으로 관리했을 경우 지난해 민간소비는 실제보다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구조 변화(0.8%포인트)와 가계부채 누증(0.4%포인트)이 민간소비 성장률의 구조적 둔화폭(1.6%포인트) 대부분을 설명했다.
저자들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구조적으로 둔화시킨 배경으로 가계부채 누증으로 원리금 부담이 급증한 점과 자산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낮은 부의 효과에 따라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점, 대출로 풀린 유동성이 소비보다는 비실물 거래에 편중된 점 등 3가지를 지목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원리금부담(DSR)은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상승(1.6%퍼센트)했다. 이는 원리금 부담이 가계부채 규모에 영향을 미쳤고, 주담대 만기가 장기인점을 고려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자산의 소비 효과도 유독 작았다. 우리나라는 집값이 소비에 미치는 부의 효과는 주요국(0.03%~0.23%)에 비해 크게 작은 0.02%에 불과했다. 주택을 유동화할 금융 상품이 부족하고, 집값 상승에도 더 좋은 주택 구입 등에 소비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와 오피스텔 등에 투자된 대출은 공실률 증가에 수익성이 악화되며 가계의 현금 흐름을 오히려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차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장기시계에서 일관된 대응을 지속한다면 가계부채 누증이 완화되면서 소비에 대한 구조적 제약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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