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 명물로… 옛 대구교도소, 문화공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7일 03시 00분


2033년까지 ‘달성 아레나’ 조성
3000석 규모 공연-전시장 마련
공동주택 500가구-공원도 계획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옛 대구교도소 이전 터에 들어설 예정인 달성 아레나의 조감도. 대구 달성군 제공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옛 대구교도소 이전 터에 들어설 예정인 달성 아레나의 조감도. 대구 달성군 제공
“밤에 무서워서 지나갈 엄두도 못 내던 길이 은은한 숲 내음이 풍기는 산책로로 변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25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옛 대구교도소 담장 외곽 둘레길에서 만난 정순옥 씨(67)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2023년 대구교도소가 하빈면으로 이전하면서 빈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슬럼화를 우려한 달성군은 대책을 마련해 최근 옛 교도소 담장 둘레길을 산책로로 탈바꿈시켰다.

945m 길이의 마사토 산책로와 204면 규모의 주차장, 잔디광장, 세족장 등을 갖춘 이곳은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리(Re):화원’으로 지었다.

최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옛 대구교도소 담장 외곽 둘레길에 조성된 산책길에서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대구 달성군 제공
최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옛 대구교도소 담장 외곽 둘레길에 조성된 산책길에서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대구 달성군 제공
정 씨는 “산책로의 진면목은 밤에 드러난다. 담장 벽면을 따라 설치된 조명이 산책길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며 “마치 노란색 이정표들이 이어져 주민들에게 ‘이 길은 이제 안전하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달성군 지역의 발전을 막아온 옛 대구교도소는 향후 변화를 거듭해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달성군은 옛 대구교도소 이전 터에 대규모 공연장을 비롯해 전시장과 명품공원, 공동주택 등으로 구성된 ‘달성 아레나(Arena)’를 조성한다고 26일 밝혔다.

세부 계획에 따르면 군은 10만4613㎡ 규모의 교도소 후적지에 국비 등 사업비 3500억 원을 투입해 2033년 완공을 목표로 달성 아레나를 조성한다. 정부 과제에 지방정부인 달성군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달성 아레나에는 최대 30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비롯해 각종 예술작품 전시장과 잔디마당, 명품공원 등이 들어선다. 2023년 대구 지역에서 처음으로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달성군은 매년 ‘100대 피아노 축제’와 ‘대구 현대 미술제’ 등 독창적인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나 실내 공연장과 전시장이 없어 아쉬움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문화시설과 공원 이외에도 청년창업지원시설을 비롯해 근린생활시설과 5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도 들어설 전망이다.

달성 아레나는 입지적 장점을 갖추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화원역은 걸어서 3분 거리고 국도 5호선과 화원옥포 나들목(IC)과도 맞닿은 교통 요지다. 향후 대구산업선 개통도 예정돼 있다.

1971년 문을 연 대구교도소는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시설로 여겨졌다. 50년 넘게 화원읍 지역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은 개발 제한, 주거 가치 하락 등의 불이익을 봐야 했다. 2012년 2월 교도소 이전 결정이 확정됐고, 2023년 11월 하빈면으로 이전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교도소라는 흔적 위에 문화라는 새 옷을 입혀 전국에서 찾아오는 지역 대표 명소로 개발할 것이다. 50년 기피 시설이 대구 미래 100년을 이끌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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