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구리1)이 25일 조혜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에 대한 전원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국민의힌 제공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의 위원회 진행을 두고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등 보좌진이 의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의회가 7일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25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이달 19일 조혜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6명의 보좌진은 양 위원장이 주재하는 운영위 행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양 위원장이 성희롱 발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노조 등이 사퇴 요구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 실장은 양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실상 행감을 보이콧한 것이다.
의회는 경기도가 감사권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김 지사의 사과와 조 실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내년도 본예산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간 갈등이 고조돼 경기도와 의회가 행감 거부와 예산 심의 거부 등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달 19일 오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등 보좌진 6명이 행정사무감사에 불참을 선언한 뒤 안정곤 정무수석 등이 운영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논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재판 통해 무죄 입증” vs “피해자 2차 가해” 양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모욕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5월 9일 운영위원장실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라는 사무처 직원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청공무원노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양 위원장의 의원직 제명과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은 오히려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통해 무죄를 확인하겠다”라며 버티고 있다.
양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조 실장은 경기도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면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당 여성 보좌진협의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의회 파행 사흘 만인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불출석 입장과 함께 양 위원장의 사퇴를 다시 요구했다. 비서실장이 실명으로 외부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양우식 운용위원장. 자료사진조 실장은 자신을 비롯한 보좌진의 불출석이 “의회 경시 또는 도민 모욕이라는 양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성희롱 관련 피고인인 양 위원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행태야말로 의회 경시이자 도민 모욕”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로 양 위원장이 사회를 보는 것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성희롱 범죄 피고인이 운영위 사회권을 잡는 건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회에서 어떤 반성도 없이 의사봉을 쥔 채 공무원들에게 도덕적 우위를 행사하려는 (양 위원장의) 모습은 성희롱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로, 공직사회에는 심각한 윤리적 상처로 다가온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자료사진●의회, 예산으로 경기도 압박…‘준예산’ 현실화? 경기도가 운영위 불참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다음 날로 예정됐던 운영위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행감도 잇따라 무산됐다. 의회 여야인 민주당과 국힘 양당이 예산안 심의는 진행하고 의결은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경기도를 압박했다.
김 지사와 같은 당인 민주당도 입장문을 내고 “감사를 주재하는 운영위원장의 적절성 문제는 의회 내부 절차로 해결할 사안이며, 이를 이유로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감사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김 지사는 도민과 의회 앞에 즉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양 위원장의 자진 사퇴도 압박했다. 민주당은 “의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양 위원장은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며 “의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준예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임시 예산인 준예산은 최소한의 필수 지출만 임시로 집행하는 예산으로 도는 신규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없다. 준예산 체제에서 집행할 수 있는 경비는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비용, 법령 조례상 의무 지출 비용, 예산 승인을 받은 계속 사업비 등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 의원(구리1)이 25일 조혜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에 대한 전원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힌 제공● 시민단체 “행감 파행은 의회 책임”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경기여성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24일 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는 책임 회피와 본질 왜곡을 중단하고, 즉각 경기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양 의원의 사건에서 촉발된 문제를 의회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아 발생한 사태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경기도의 조직적·집단적 일탈이 아닌, 의회 지도부의 책임 회피와 무책임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며 “그동안 공직자들은 성희롱 사건을 일으킨 양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비롯해 이에 대한 의회의 합당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는 어떠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행감이 파행되자 오히려 그 책임을 공직자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경기도가 제출한 예산을 삭감하고, 비서실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라며 “의회 스스로 직무를 다하지 않고 사태 해결을 질질 끌면서 조직적 방조에 나서 놓고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자체가 합당한 처사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의회는 이번 사태의 촉발자인 양 의원에 대해 출석 정지와 제명 등 강력한 징계 조치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단행하는 것이 순리”라며 “양 의원 또한 즉각 운영위원장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양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자료사진● 의장 “조혜진·양우식 모두 사퇴해야”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25일 운영위원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조 실장과 양 위원장이 모두 사퇴해야 논란이 종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양 위원장 문제를 명분 삼아 피감기관이 출석을 거부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며 “위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면 행감장에 출석해 의사 진행 발언으로 뜻을 밝히고 퇴장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감 불출석 사태 일주일이 지났지만, 도지사 측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라며 “27일 예정된 본회의는 열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백현종(구리1) 대표의원은 이날 조 실장과 보좌진에 대한 전원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삭발식에서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내 “이재명 대통령 호위 예산은 늘리고 경기도민 생존 예산은 삭감한 ‘이증도감(李增道減)’ 행태는 문고리 권력을 쥔 무능한 경기도 정무·협치 라인의 합작으로 전원 파면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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