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여대 다촌문화관 1층 강당에서 사회복지학부 성인 학습자들이 창작한 시를 전시하는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서른의 길, 두 아이 별빛을 품고 시부모 모시며 숨 가쁘게 내딛던 먼지 이는 시골길. … 황혼의 길 위에 나는 서 있다. 하늘은 낮아지고 별은 가까워져 내 고백을 들여다본다.”
20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여대 다촌문화관 1층 강당. ‘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올려진 이젤 앞에서 박양덕 씨(72)는 “시를 쓰면서 풋풋했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강당에선 부산여대 사회복지학부 소속 성인 학습자(만학도) 20여 명이 쓴 시를 전시하는 시화전이 열렸다. 지난해 자전적 수필인 ‘쉿! 내 안의 숨은 페이지들’을 펴내며 수필 작가가 돼 본 이들이 올해는 시인으로 나선 것이다.
학부 내 글쓰기 동아리 ‘SW(Social Welfare) 유니온’ 소속인 이들은 올 3월부터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간씩 학교에 모여 유명 작가의 시를 암송하고 시 짓기 연습을 했다. 참여자 모두 2편 넘는 작품을 완성했고, 그림과 함께 담은 시 70여 점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운율이 살아 있는 문장 속에는 이들이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생 한가운데 선 나에게’란 시를 쓴 조은하 씨(66)는 “가슴속에 있던 감정을 시에 담으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여대는 이들의 작품을 묶어 ‘뒤뚱거려도 날 수 있어’라는 시집도 이날 발간했다. 김미옥 SW 유니온 회장은 “만학도 작가 19명이 모여 날기 위해 함께 뒤뚱거리고 도움닫기한 끝에 소중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 활동을 지원한 한승협 부산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집을 가까이 두고 종종 펼쳐보면 시 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시화전 개최를 축하했다. 부산 지역 시인들의 교류 단체인 ‘새부산시인협회’의 회원인 한 교수는 ‘감나무’라는 제목의 자신의 축시를 책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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