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인근에 하루 98척 출몰
군사 안보 악용해 불법 조업
해경, 단속 전담 중형함정 도입
“선제적 대응으로 자원 지킬 것”
2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역에서 해양경찰 대원들이 불법 조업을 하다 도주 중인 200t급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와이어 방해물을 절단하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 제공
“배를 멈추십시오. 다시 한번 명령합니다. 즉시 배를 멈추십시오.”
21일 오후 4시경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여러 척이 해양경찰 레이더에 포착됐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서특단)은 즉시 진압 작전 계획을 세우고, 배를 멈추라고 명령했다.
중국 어선들은 해경 명령을 무시한 채 약 10노트(시속 18km) 속도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해경은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200t급 어선을 붙잡기 위해 고속단정을 이용해 접근했지만, 어선에는 해경 대원들이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와이어와 쇠창살, 철조망 펜스까지 ‘3중’ 방해물이 설치돼 있었다.
중무장한 해경 대원들은 고속단정 속도를 어선 속도와 일정하게 맞춘 뒤 달리는 배 위에서 와이어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어선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피하려 했지만, 해경은 와이어를 잘라냈고, 쇠창살을 피해 철조망 펜스까지 제거한 뒤 배에 올라 조타실을 장악했다. 40분간 이어진 작전 끝에 해경은 경제수역어업주권법 위반 혐의로 어선을 나포했다.
서특단 관계자는 “해경 단속을 막기 위해 3중 방해물까지 설치한 건 흔치 않은 사례”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조업 외국 어선들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수위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 수역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의 출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약 98척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EEZ 인근에도 하루 평균 105척의 불법 중국 어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해경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모두 41척의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했다. 2023년 54척, 지난해 46척 등 매년 40척 이상의 불법 중국 어선을 붙잡고 있다. 붙잡지 않고 수역을 벗어나도록 퇴거 조치한 경우도 올해 816척으로, 해상 경계에서는 불법 조업을 하려는 중국 어선과 해경의 대치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NLL이나 EEZ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며 어린 물고기까지 모두 쓸어가 어장을 황폐화하고 있다. 특히 NLL 인근에서는 군사 안보상 해경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치고 빠지기’식의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해경은 불법 중국 어선에 대응하기 위해 단속 전담 함정 도입을 추진하는 등 단속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불법 중국 어선 단속 전담 함정은 기상 상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소형 고속단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형급 함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불법 조업은 한국 해역의 수산 자원을 황폐화하는 행위”라며 “선제적이고 강력한 단속으로 해양 주권과 어족 자원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