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던 애플마저”…정부·기업 영업 인력 대규모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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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자제해온 애플이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기업·교육·정부 대상 영업 인력을 대거 감축한다. 감축 대상은 핵심 B2B 조직과 20~30년 근속 관리자가 포함됐다. 이는 내부 인건비를 줄여 기관·대량 거래를 리셀러 중심 간접 판매망으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M2 맥북 에어 앞에 서 있는 애플 CEO 팀 쿡. AP/뉴시스
구조조정을 자제해온 애플이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기업·교육·정부 대상 영업 인력을 대거 감축한다. 감축 대상은 핵심 B2B 조직과 20~30년 근속 관리자가 포함됐다. 이는 내부 인건비를 줄여 기관·대량 거래를 리셀러 중심 간접 판매망으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M2 맥북 에어 앞에 서 있는 애플 CEO 팀 쿡. AP/뉴시스
애플이 최근 수십 명 규모의 영업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던 애플이 기업·교육·공공기관 대상 판매조직까지 손질하면서 유통망 재편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대량 구매 고객을 상대하는 핵심 조직이 포함돼 업계에선 ‘단순 비용 절감 이상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최근 몇 주에 걸쳐 영업 인력들에게 인력 감축 사실을 통보했다. 감원 대상에는 주요 기업·학교·정부 기관을 담당하는 어카운트 매니저와 대량 구매 고객을 상대하는 ‘애플 브리핑 센터’ 운영 인력 등 수십 개 영업 직군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 공공 부문을 담당하는 영업팀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은 이미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과 ‘정부 효율성부(DOGE)’의 예산 삭감으로 조정 압박을 받아 왔다. 미국 정부는 애플의 주요 구매처 중 하나로, 핵심 영업팀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은 애플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번 조치가 “더 많은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영업팀 일부 직무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용은 계속 진행 중이며,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은 직원들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내년 1월 20일까지 고용이 유지되며, 그때까지 회사 내 다른 직무로 재배치되지 못하면 퇴사 처리된다.

● 매출은 사상 최대치 예상…그런데 인력 감축은 ‘역대 최대 규모’

애플 CEO 팀 쿡과 코닝(Corning) CEO 웬델 윅스가 아이폰 유리 제조 시설에서 품질 관리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애플 CEO 팀 쿡과 코닝(Corning) CEO 웬델 윅스가 아이폰 유리 제조 시설에서 품질 관리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애플은 미국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처럼 특정 영업 부서를 통째로 겨냥한 감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인력 감축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빅테크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과 거리를 두려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발표한 신제품들이 선전하면서 매출이 최근 수년 새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의 12월 분기 매출이 약 1400억 달러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인력 감축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타이탄) 종료와 자체 디스플레이 개발 연기, 일부 인공지능(AI) 팀 구조조정 등 프로젝트 축소와 함께 인원을 줄인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단순 프로젝트 정리가 아닌 사업 구조 개편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미국 노동법의 사전 통지 의무를 피하려 소규모 감축을 선호해온 애플이기에, 이번 구조 조정이 ‘애플답지 않은 이례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비용 절감 넘어 유통 전략 변화”…판매 방식 전환 가능성

애플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의 전경.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의 전경.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움직임을 두고 일부 해고자와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는 ‘판매 방식 전환’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내부에서 ‘채널(channel)’로 부르는 서드파티 리셀러에 더 많은 영업을 맡기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조직 운영보다 외부 파트너십을 확대해 기관·학교·기업 고객을 간접 판매로 전환하는 전략적 조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빅테크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아마존은 1만4000명 이상 추가 감원을 예고했고, 메타 플랫폼스도 AI 조직 중심으로 수백 개 직무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기술 투자 방향 변화가 겹치며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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