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에서 열린 임시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4. 도쿄=AP/뉴시스
최근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중국어 통역’을 아예 동행시키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23일(현지 시간) 일본 스포니치아넥스에 따르면 일본 기자 미네무리 겐지는 이날 후지TV ‘Mr.선데이’에 출연해 “일본 측이 G20 정상회의에 중국어 통역을 데려 가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네무리 기자는 “이는 무리해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 측이 중국어 통역을 동행하지 않은 조치를 중·일 갈등에 대한 일본의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상징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일본 총리가 중국어 통역을 배제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국이 강력 반발한 사건과 관련돼 있다. 당시 중국 측은 즉각 항의했고, 자국민의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권고하는 사실상의 ‘한일령’을 내렸다.
또 푸총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다카이치 총리의 주장은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심각히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G20 정상들과의 단체 사진을 찍기 직전 리창 총리와 약 2m 거리에서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리 총리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다른 정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눴지만, 리 총리와는 거리를 뒀다.
다른 정상들과는 환하게 악수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어 두 정상 사이에서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제사회 여론전을 통해 ‘일본 고립 전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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