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성과자’ 등장한 AI 시대
성과 보상 기준도 달라져야
단순한 금전 보상 넘어
‘정서적 연봉’ 향상도 중요
빠르게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은 개인이 내는 성과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뛰어난 전문성과 창의력, 협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초고성과자’도 등장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가 자동화하고, 소수의 초고성과자가 기업 전체 성과를 좌우하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업은 성과와 보상의 틀을 다시 짜면서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압도적인 초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월 1호(428호)에 실린 ‘초고성과자 등장하는 시대, 보상 제도 전환’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빛나는 인재를 잡는 방법
AI 혁명은 ‘뛰어난 인재’를 다시금 정의하도록 만들었다. DBR은 ‘2026년 비즈니스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AI 시대 초고성과자를 ‘하이퍼 인텔리전트 퍼포머’로 규정한 바 있다. 이들은 AI와 지식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며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창의력, 협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꾸준히 압도적인 결과를 내는 인재들이다. 아울러 팀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상징 역할도 한다. 매튜 콜 미국 텍사스 A&M대 메이스경영대학 교수와 카이펑 지앙 중국 베이징대 관화경영대학 교수는 AI 시대의 초고성과자가 높은 성과와 가시성, 두터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동료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고, AI 결과를 정교하게 평가하며, 사람과 AI의 판단을 전략적으로 조합할 수 있어서다. 상위 5∼10% 인재가 평균 인력의 4∼8배의 성과를 낸다는 매킨지 연구 결과와도 궤를 함께하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초고성과자 쟁탈전에 들어갔다. 공통점은 주식 보상(stock awards)을 핵심 보상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성과와 성장을 장기적으로 공유하고 함께 증진하도록 설계한 제도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임원 보상에서는 주식 보상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주가 변동성이라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핵심 인재의 몰입도를 높이고 이직을 방지하며 장기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는 것만으론 초고성과자를 붙잡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공격적인 보상을 앞세워 초고성과자를 영입하고 있는 메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타는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오픈AI, 구글, 애플 등의 핵심 인재를 데려와 ‘드림팀’을 꾸렸다. 하지만 잦은 조직 개편과 불공정한 대우 문제로 조직 내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작 기존에 있던 핵심 인력을 줄줄이 놓쳤다. 메타의 내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이 단지 숫자의 영역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부상하는 것이 ‘정서적 연봉’ 이다. 이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근무 환경, 존중과 인정, 성장 경험 같은 비금전적 가치를 합친 개념이다. 직원이 존중받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적 보상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 대안으로 떠오른 직무 기반 인사체계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구조적 제약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보상 전략을 사용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연공 중심 임금체계가 발목을 잡는다. 직무의 가치와 성과가 아니라 연차와 직급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는 세대 간 신뢰를 약화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 마련이다. 초고성과자, 고성과자, 평균 성과자, 저성과자 모두가 ‘보상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세제와 자본시장 제도의 한계도 있다. 스톡옵션 행사 이익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근로소득으로 분류돼 최대 45%까지 과세하는 구조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주식 기반 보상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순환보직, 공채 중심의 인사 관행이나 집단주의적 조직문화도 동기 부여를 어렵게 한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직무 기반 인사 제도다. 말 그대로 직무를 단위로 인력 운영, 성과 관리, 보상 체계를 설계한다. 이 제도의 핵심인 직무급은 연차나 직급이 아니라 직무의 가치·난이도·책임 정도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임금체계다. 일 자체의 가치와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동일 직무에 동일 기본급을 적용하고, 개인 성과급과 인센티브로 차이를 반영한다.
직무급 체계에서 핵심은 공정성이다. 외부 노동시장 정보와 내부 직무 분석을 바탕으로 직무 가치와 개인 성과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특히 초고성과자는 이런 공정성에 민감하다. 자신의 기여가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이탈을 고민한다. 격차는 불가피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이 정도 차이는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설계와 투명한 소통이 필수다. 왜 특정 인재가 높은 보상을 받는지, 그것이 조직 전체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직원들이 ‘성과를 내면 나도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AI 시대는 기술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인재의 시대다. 소수의 초고성과자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이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할지는 곧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다. 한국 기업들이 연봉과 성과급 수치를 조금씩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직무 기반 인사체계로의 보상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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