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의회 임시 예산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43일간 이어진 미국 연방정부의 역대 최장 셧다운(record-long federal shutdown)이 12일(현지 시간) 종료됐다. 이번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팬데믹 기간 동안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공공 건강보험 ‘연방보험개혁법(the Affordable Care Act·ACA)’에 따라 지급되던 보조금의 연장 여부를 놓고 양당이 대립하면서 촉발됐다.
민주당은 연방 예산안에 반드시 보조금 연장이 포함돼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고(were dug in on extending ∼),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연 뒤에야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버텼다(were open to extending ∼). ‘be dug in’은 본래 ‘dig in one’s heels(발꿈치를 박고 버티다)’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뒤에 on을 붙여 ‘특정 사안에서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다’는 뜻을 갖는다. ‘be open to’는 ‘∼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We’re open to negotiation/a ceasefire/working with the private sector”처럼 쓴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에 원칙적으로(in principle) 반대해 왔다. 이에 ACA 보조금 연장에 단호히 반대했다. 아나 나바로 CNN 정치평론가는 “공화당은 ACA를 조금씩 허물어 왔다(The Republicans have been chipping away at the ACA)”면서 “이번 사태로 ACA는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것(this is going to be the death of the ACA)”이라고 지적했다. ‘chip away at’은 조각가가 돌을 조금씩 깎아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the deficit/abortion rights/his health/their confidence 등과 함께 쓰인다. ‘be the death of’는 ‘∼을 끝장내다’라는 의미다. 일상에서는 “She’ll be the death of me”처럼 사용된다.
반면 민주당으로서 공화당의 ACA 개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Many Democrats won’t be able to stomach the ACA reforms). 여기서 ‘stomach’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받아들이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민주당은 “보조금 연장이 무산될 경우 수백만 명이 내년부터 훨씬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must cover much higher premiums out of their own pockets)”라고 주장했다.‘out of one’s pocket’은 보험료 개인 부담분을 표현할 때 흔히 쓰인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연방 공무원들은 해고되거나 무급휴가에 들어가며 생활고를 겪었고(The shutdown is hitting people in the pocket), 항공관제사와 교통보안청 요원들이 부업을 찾거나(take on second jobs) 병가를 내면서(call in sick) 미국 내 항공편 수가 크게 줄었다.
결국 몇몇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당론을 깨고 협상에 동의하면서 교착 상태(stalemate)에 돌파구(breakthrough)가 열렸다. 언론은 이를 ‘defect (from ∼)’, ‘break with ∼’, ‘break ranks (with ∼)’ 같은 표현으로 보도했다. defect는 ‘국가나 당을 떠나다’, break with는 ‘집단이나 전통과 결별하다’, break ranks는 ‘대열에서 이탈하다’는 의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backlash)이 일었고, 진보 인사들은 이를 ‘항복(surrender)’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상원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46명 중 7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언론은 이를 ‘정치적 계산(a political calculus)’의 결과로 평가했다. 역풍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이다(They’re insulated from blowback from their party).
핵심 쟁점이던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논의는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해 다음 달로 미뤄졌다. NPR은 이번 사태로 “민주당이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could come out of this pretty bruised)”면서도, “공화당 역시 무사하지는 않을 것(will not be left unscathed either)”이라고 했다. ‘bruised’는 정치적 타격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며, ‘unscathed’는 ‘부상 없이’라는 뜻뿐 아니라 ‘정치적 타격 없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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