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낙원을 찾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 동아일보

◇낙원의 역사(기쁨의 정원은 어디에)/장 들뤼모 지음·박용진 옮김/540쪽·2만5000원·앨피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 첫째 강줄기 이름은 비손이라 하는데, 은과 금이 나는 하윌라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창세기’에서)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이 실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믿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중동은 물론이고 북극, 중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뒤지며 찾아다닌다. 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과학자도 있고, 일부 장소는 복원계획까지 추진됐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 수 있지만, 이처럼 서구에서 에덴동산이나 엘리시온, 파라다이스 등 ‘낙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일부 호기심 많은 사람의 행태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문화다.

평생을 ‘낙원’에 천착한 저자가 낙원의 기원과 위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에덴동산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끝없는 도전과 모험 등 역사적 여정과 낙원 찾기의 쇠퇴 과정을 방대한 연구를 토대로 치밀하게 추적했다. 그리고 낙원을 찾는 과정에서 지도가 제작되고, 신대륙이 발견되는 등 ‘낙원 찾기’는 서양 역사를 이끈 주요 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중세 지도 제작자들은 수 세기 동안 세계지도에 지상낙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 9∼10세기 수도원 작업실에서 제작된 평면 지구도나 ‘세계도’, 여러 가지 지도 등은 일반적으로 동쪽을 위쪽에 두었다. 기독교 지도 제작자들은 지상낙원을 인간 역사의 출발점에, 지도상에서는 맨 위에 놓았다.”(제3장 ‘지상낙원과 중세 지도 제작법’에서)

저자는 지상낙원이 실재한다는 믿음은 다윈의 진화론과 과학의 발전으로 무너졌지만, 그에 대한 갈망은 문학 등 서구 예술과 정원 조경 등 문화적 요소로 변형돼 남아 있다고 말한다. 현실에선 지상낙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여전히 서구인들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낙원의 역사’ 3부작(제1권 ‘기쁨의 정원’, 제2권 ‘천년의 행복’, 제3권 ‘낙원이 남겨 준 것’) 가운데 첫 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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