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외환시장 안정’ 합의를 명문화했다. 한국이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하지 않기로 하는 동시에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 불안요소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이 14일 공개한 통상·안보협상 관련 공동 설명자료에는 ‘외환시장 안정’이 별도 항목으로 포함됐다. 한미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직접 현금투자는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집행할 때 우려되는 외환시장 부담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내용을 명문화했다.
양국은 “MOU 공약이 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며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MOU 이행이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요청을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연간 투자액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은 외환 유출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외환 시장 안정이라는 별도 항목을 만든 것은 두 나라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을 때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투자액이나 시점 조정을 요청했을 때 미국이 이것에 응할 의무는 없기에 사실상 안전장치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 업계 관계자는 “매년 미국에 ‘영끌 투자’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부담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의 해외 보유 자산 이익이 평균 150억 달러라 미국이 매년 200억 달러 한도를 요구할 경우 결국 재정투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외환 시장은 이날 진정 추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하락한 145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474.9원까지 급등했으나 당국이 시장개입 의사를 밝히고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진정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시장상황점검회의 개최 후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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