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블루 타이드’ 타고… 反이민 ‘칠레 트럼프’ 대선 세몰이

  • 동아일보

좌파 득세 남미, 보수 집권 잇달아
무상복지 정책 등에 경제난 심화… 볼리비아-아르헨 우파 정권 잡아
“불법이민자 160만명 추방할 것”… 강경 보수후보 지지율 2위 달려
지지율 1위 공산당원 첫 女후보… 탈당 시사 등 우클릭 행보 나서

남미 최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역내에서는 드물게 정치 경제 사회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 칠레에서 16일 대선 1차 투표가 치러진다. 최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등에서는 잇따라 중도보수 혹은 보수 지도자가 등장하고 있다.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재임 중인 칠레에서도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다.

이번 대선에는 8명이 출마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칠레공산당 소속이며 강경진보 성향인 자네트 하라 후보(51·여), ‘칠레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59)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다음 달 14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남미에서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1999∼2013년 집권)의 등장 후 곳곳에서 무상 복지, 반(反)미국 등을 강조하는 좌파 지도자가 집권했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제난과 치안 불안 등으로 민심이 떠나면서 최근에는 우파 지도자가 득세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푸른 물결)’ 현상이 두드러진다.

칠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만8000달러(약 2600만 원)로 남미에서는 우루과이와 함께 최상위권이다. 이번 대선의 승자는 내년 3월부터 4년간 칠레를 이끈다. 보리치 대통령은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한 법 때문에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 反이민 외치는 ‘칠레 트럼프’ 카스트

독일계 이민자 후손인 카스트 후보는 법조인 출신의 4선 하원의원으로 2017년, 2021년에 이어 3번째로 대선에 도전한다. 난민, 낙태, 동성혼 등을 반대하고 경찰 강화, 교도소 확대 등을 외친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공직을 줄이자는 우파 경제정책을 신봉한다.

특히 그는 “불법 이민 차단을 위해 국경에 도랑을 파야 한다. 이들을 추방하기 위해 행정, 법률, 외교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외친다. 칠레에는 현재 전체 인구 2000만 명의 약 7.5%인 15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다. 이 중 상당수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장기 집권 후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왔다.

카스트 후보는 집권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을 본떠 “16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출국시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X에 “자유와 상식의 승리”라는 글도 남겼다.

● 집권 위해 ‘우클릭’ 나선 하라

하라 후보는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 밑에서 사회보장부 차관을 지냈다. 현 보리치 정권에서는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을 맡아 주 40시간 근무 등을 시행했다.

보리치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대학 학생회장 출신이다. 올 6월 진보 진영의 단일화 투표에서 집권당 소속 카롤리나 토아 전 내무장관(60)을 압도하며 공산당원 중 처음으로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됐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 색채를 지우려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산당 탈당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월 최소 소득 75만 페소(약 118만 원)’ 등 최저임금 인상 등을 핵심 공약으로 삼으며 텃밭인 진보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회사 카뎀의 지난달 26일 발표에 따르면 하라 후보의 지지율은 27%로 카스트 후보(20%)를 앞섰다. 다만 카스트 후보와 노선이 비슷한 극우 유튜버 출신의 요하네스 카이세르 후보(14%), 우파 에벨린 마테이 후보(13%)의 지지율 또한 상당히 높았다. 카스트 후보로선 두 우파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선 투표를 고려한다면 우파 후보 간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루 타이드#좌파 남미#칠레#칠레 대선#칠레 트럼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