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아이가 입으로 숨 쉬면 ‘앞니 돌출’… 잘 때 수면테이프로 고정

  • 동아일보

이건호 단국대 치대 소아치과학교실 외래강사(용인온아소아치과의원 원장)

이건호 단국대 치대 소아치과학교실 외래강사(용인온아소아치과의원 원장)
이건호 단국대 치대 소아치과학교실 외래강사(용인온아소아치과의원 원장)
아이 윗입술이 유난히 잘 트는 것 같거나 아침 구취가 심하게 느껴진다면 구강 호흡(구호흡)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구호흡은 비염 등으로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 악습관 중 하나다.

구호흡을 하면 얼굴과 턱뼈, 치열의 성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리를 꼰 상태로 오래 앉아 있으면 골반이 틀어지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입으로 숨을 쉬면 치아 배열에 필요한 구강 근육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심한 경우 하악골(아래 턱뼈)이 뒤로 후퇴하고 혀의 위치가 낮아지며 상악골(위 턱뼈)이 좁아지고 길어진다. 즉, 치아가 자랄 공간이 부족해지며 앞니가 돌출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입을 다물기 어려워져 구호흡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최근 치과학계에서 구강 호흡 교정을 치아 교정의 ‘선행’처럼 거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강 근육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치아만 이동하면 앞니가 돌출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치료되지 않아 유지 장치를 제거할 경우 부정교합이 재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구호흡을 하는지를 보호자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구호흡은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경우뿐 아니라,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는 혼합형도 많은 탓이다. 치료 방법 역시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비염, 편도·아데노이드 비대로 인한 코폐쇄성 구호흡은 이비인후과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기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습관이나 구조적 이유로 구호흡을 하는 경우 훈련과 교정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

구호흡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입술을 다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적절한 보상을 통해 아이들이 입술을 의식적으로 다물 수 있도록 해줘도 구호흡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잘 때 수면 테이프를 이용하는 것이다. 깨어 있을 때는 의도적으로 입술을 다무는 노력을 할 수 있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입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부에 자극이 없는 테이프를 이용해 입술을 다물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최근 성장기 아이들의 구호흡을 바로잡기 위해 잠잘 때 교정 장치를 착용하는 근기능 교정 훈련도 병행하면 교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구호흡 교정의 핵심은 구강 주변의 다양한 근육을 훈련해 올바른 위치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설정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호흡 습관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자리 잡도록 꾸준히 지켜보며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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