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상황을 두고 “매우 큰 승리(very big victory)”라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공화당이 주도한 임시 예산안이, 민주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상원을 통과한 것을 두고 자신과 공화당의 승리라고 자평한 것.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해온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약속 없이 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크게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당은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며 ‘치킨 게임’을 벌여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이 결국 불발될 시, 오히려 그 선택이 결정적으로 공화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의료보조금이 연말에 만료되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월 수백 달러 이상의 보험료 인상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우린 지금 나라를 다시 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재향군인의 날인 이날 워싱턴 인근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공화당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가리키며 “그는 언젠가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당신과 존(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그리고 오늘의 큰 승리를 함께한 모든 분에게 축하를 드린다”면서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를 다시 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미 ESPN ‘팻 맥아피 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린 지금 민주당에 큰 승리를 거뒀다”면서 “아직 하원 표결이 남아 있지만, 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을 겨냥해선 “나라가 닫히길 바라는 건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전날 상원은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임시 예산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 역사상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 중인 셧다운은 하원 표결과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르면 12일(한국 시간 13일) 종료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도부의 입장에 반해 중도 성향 의원 7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이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내분을 겪는 민주당 내 상황을 지켜보며 예산안 통과를 자신의 승리라고 더욱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무모하고 혼란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권력은 일시적”이라며 “사람들은 맞서야 한다”고도 했다. 뉴섬 주시자는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선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상원 의원들도 비난했다. 그는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꿔놓은 트럼프라는 침입종 앞에서 여전히 구식 규칙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며 “마음속 깊이 놀랐다”고 했다.
● 트럼프,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막은 역풍 맞을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민주당)은 감옥, 갱단, 정신병원에서 온 불법 입국자들에게 1조5천억 달러의 의료비를 주자고 요구했다”면서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의 재협상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케어를 위한 자금이 불법 이민자 등에게 흘러 들어가 국가 재정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논의는 이번에 접점을 찾지 못해 다음 달로 합의가 미뤄졌을 뿐이지만, 언제가 됐든 절대 양보하지 않겠단 뜻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막은 선택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를 정치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시민 약 200만 명이 내년에 아예 보험을 잃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기 위해 개인이 의료비 지출을 직접 관리하면 시장경쟁이 생겨 비용이 낮아질 것이란 구상 등을 내세웠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많다. NYT는 “특히 이번 셧다운 사태를 거치며 의료비 문제는 정치적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면서 “이제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의료비를 못 낮추면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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