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사채 빌렸는데 매주 이자 100%… 1년새 3000만원 뜯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1일 13시 33분


병원 장비 갖추느라 급전 필요해
오픈채팅방 광고 보고 비대면 대출
1주 원리금이 원금 2배 달해 ‘눈덩이’
극단선택까지 시도하다 경찰 신고
‘최대 7만3000% 이자’ 13명 검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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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고, 협박이 무서워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관에게 A 씨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불법 대부업자에게 불법 추심과 협박에 밤낮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A 씨는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밝혔다.

그가 처음 불법 대부업자를 접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병원에 고가의 장비 등을 들여놓느라 큰돈을 쓴 터라 생활비가 빠듯했다. 우연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출 안내 광고를 접하게 됐고, “소액 대출은 신용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라는 대부업체의 솔깃한 설명에 홀린 듯 대출을 신청했다.

대출은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진행됐다. 개인 정보와 통장 거래 내역, 지인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 포털사이트 클라우드 연락처 등만 전달하면 비대면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처음 빌린 돈은 150만 원. 의사인 자신이 설마 이 정도의 돈도 못 갚겠느냐는 자신감도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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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대부업체 직원들은 제때 돈을 갚지 못한 A 씨를 정말 무섭게 몰아붙였다. 이자도 어마어마했다. 한 주에 원금과 원금의 100%에 달하는 이자를 갚아야 했다. 지키지 못하면 하루 연체 비용으로 매일 원금의 40%를 이자로 내야 했다. 법이 정한 이자율 20%를 한참 웃도는 비율이다.

대출금이 연체되자 “당신 얼굴이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던데”라며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을 보내왔다. 협박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흉기로 해를 가할 것처럼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기도 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는 말로도 압박했다. 자신의 병원에 추적이 불가한 인터넷 해외전화로 협박하고 전화번호를 바꾸어도 찾아내 괴롭혔다. 병원 납품업체에도 전화해 채무 사실을 알리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를 문 닫게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대출금 상환을 이유로 다시 대출을 실행했고, 이렇게 9차례에 걸쳐 2150만 원을 빌렸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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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A 씨에게 남은 것은 산더미 같은 빚과 상처뿐이다. 2번의 자살 시도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A 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원금을 제외한 30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1년 안에 주고도 3000만 원이 넘는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하루 200만 원이 넘는 연체 이자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고, 협박이 무서워 자살 시도까지 했다”라고 호소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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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업 조직 총책 배모 씨 등 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배 씨 일당에게 대포통장을 내주고 자금 세탁을 도운 16명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배 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용인시에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회 초년생과 회사원,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 553명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해주고 연 238%~7만3000%의 이자를 받아 18억 원을 수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올해 1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6개월 만인 7월부터 지난달까지 배 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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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변제 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폭언과 협박 등 불법 채권추심으로 괴롭혔다. 피해자 중에는 채무 사실이 예비 신부 처가에 알려져 파혼에 이르고, 직장 동료들에게 추심 문자가 발송되면서 직장에서도 해고된 30대 남성도 있었다. 그는 3번의 자살 시도를 했고, 가장 최근에는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발견돼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거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비대면 대부업체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니, 소액이라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며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등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청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채권추심#고금리#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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