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개막… 벨라스케스 샌디에이고 미술관장
“소장품 3만5000점중 65점만 추려… ‘파리의 센강’ 등 28점 처음 해외로
현지 최고 인기작 2점도 韓에 첫선… 섬세한 색채-붓터치 눈여겨보길”
세종문화회관서 내년 2월 22일까지
록사나 벨라스케스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개막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을 소개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양미술의 발전사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에)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엄선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였던 베르나르디노 루이니. 그의 많은 작품은 한때 스승의 이름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야 루이니의 것으로 규명됐다. 막달라 마리아가 이전의 삶을 버리고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한 순간을 그린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1520년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개막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에선 이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올해 개관 100주년을 맞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소장품 65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막식을 찾은 록사나 벨라스케스 미술관장을 만나 이번 전시의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신고전주의 △사실주의∼인상주의 △20세기 모더니즘 등 서양미술사 600년을 망라하는 콘셉트로 구성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에드가르 드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만 60명이다. 전시작의 가치는 어림잡아도 2조 원이 넘는다. 벨라스케스 관장은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폭넓은 컬렉션 덕에 이런 전시가 가능했다”며 “미술관 소장품이 3만5000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 한 번도 해외로 반출하지 않았던 여러 작품들이 국내 팬을 찾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안토니 반 다이크의 ‘헨리에타 마리아의 초상’(1636∼1638년경)과 라울 뒤피의 ‘파리의 센강’(1904년경) 등 28점이다. 벨라스케스 관장은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외부 전시하는 것도 한국이 처음”이라며 2023년 10월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전통 회화전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개최했던 전시 ‘생의 찬미’였습니다. 개막식에만 관람객이 800명이 넘게 몰렸어요. 그때부터 서울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지요.”
관장이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진 작품은 뭘까. 고심 끝에 엘 그레코의 종교화 ‘참회하는 성 베드로’(1590∼1595년경)를 꼽았다. 그는 “강한 신체와 옷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색채와 붓터치를 보라”며 극찬했다.
또 청각장애를 앓게 된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그림 속 인물이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을 묘사한 ‘아라곤의 초상’(1795년경), 클로드 모네가 생전 전시나 판매하지 않았던 초기작 ‘샤이의 건초더미’(1865년)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이다.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란하의 마리아’ 1907년, oil on canvas, 170.4x85㎝. 샌디에이고미술관 제공후반부에 배치된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란하의 마리아’(1907년)와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의 ‘양치기 소녀’(1885년)도 샌디에이고의 자랑이다. ‘라 그란하의 마리아’는 미술관의 제1호 소장품으로, 현지 최고 인기작이기도 하다. 벨라스케스 관장은 “소로야의 작품을 기증 받은 뒤 많은 기증이 잇따랐고, 이를 바탕으로 100년간 컬렉션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현재 전시 공간을 2배로 확장하는 대규모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공사는 2027년 시작될 예정. 벨라스케스 관장은 “지난 100년이 지역 사회에서 기반을 닦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세계 관람객이 미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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