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집권 중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63)이 대낮에 거리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해 많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사건이고, 이를 방지해야 한다며 성추행범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정부 청사 인근 거리에서 술에 취한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온라인에 공유된 영상엔 한 남성 취객이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려 했고, 상체 부위에 손을 얹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소를 애써 유지한 채 남성의 손을 밀어냈다. 이 남성은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저지당한 뒤 체포됐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가해 남성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고소하지 않으면 다른 멕시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겠느냐”며 “모든 여성이 나처럼 고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버 사건으로 인해 신변 안전 문제가 제기됐지만 앞으로도 거리를 걷고 시민과 만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건은 대중교통, 학교, 직장 등에서 일상화된 성범죄를 공론화하고 처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멕시코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서도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호 실패 논란도 일고 있다. 당시 한 경호원이 대통령과 몇 발자국 떨어져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취객이 아닌 무기 소지자나 테러범이 공격했다면 대통령의 신변이 위험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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