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사이버범죄 등으로 얻은 자금을 세탁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자 8명과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4일 밝혔다. 전날 미 국무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으로 운반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에 제재를 요청한 데 이어, 재무부도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북한 국적의 은행원인 장국철과 허정선은 530만 달러(약 76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 등을 관리했다. 재무부는 이 자금의 일부가 미국인을 공격한 적이 있는 북한 랜섬웨어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와 이 회사 대표 우영수는 중국인 명의를 이용해 불법자금 출처를 숨긴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북한 금융기관 류정신용은행은 제재 회피를 목적으로 북-중 금융 거래를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용철·한홍길·정성혁·최춘범·리진혁 등은 중국 또는 러시아에 기반을 둔 북한 금융기관 대표들로,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기관을 대신해 자금 송금 및 세탁에 관여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이 후원하는 해커들은 정권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훔치고 세탁한다”며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수익원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행위의 중개자와 조력자들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간격으로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선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응한 게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며 북-미 정상회동을 시도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도록 ‘당근’은 물론 ‘채찍’도 병행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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