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트럼프 “뉴욕시장으로 쿠오모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4일 16시 41분


무소속 쿠오모, 과거 민주당 주지사 지내
코로나때 트럼프 방역정책 강하게 비판
좌파 맘디니 당선 유력하자 ‘차악의 선택’

앤드루 쿠오모 후보. 뉴시스
앤드루 쿠오모 후보. 뉴시스
“슬리와에게 투표하면 맘다니에게 투표하는 것과 같다. 쿠오모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시장을 뽑는 선거가 4일 치러지는 가운데 뉴욕 출신이며 이곳에서 부동산 사업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날인 3일 집권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와 후보가 아닌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소속 정당 후보 대신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쿠오모 후보는 과거 민주당 소속으로 3선 뉴욕주지사를 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소홀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악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쿠오모 후보 지지를 밝힌 건 현재 지지율 1위인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 당선을 어떻게든 막겠단 의도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뉴욕 시장 선거의 열기는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는 미 동부 시간 4일 오전 6시~오후 9시(한국 시간 4일 오후 8시~5일 오전 11시) 할 수 있으며 마감 직후 초기 집계 결과가 발표된다.

● 트럼프, “쿠오모 지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경험도 없고 완전한 실패의 기록을 가진 공산주의자(맘다니)보다는 성공의 기록을 가진 민주당원(쿠오모)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맘다니가 승리하면 뉴욕은 경제사회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맘다니가 시장이 된다면 뉴욕에 최소한의 연방 기금만 제공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후보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할 만큼 강경 진보 성향이다. 공공 임대료 동결, 부유세, 무상 대중교통과 보육, 공공 슈퍼마켓 등 그의 공약들도 좌파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도 비판해 왔다. 당선되면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이 된다.

특히 맘다니 후보는 유대계 파워가 강한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에서 “억만장자 없는 미국을 재건하고 싶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에 온다면 체포하겠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그가 너무 급진적이며 뉴욕주 하원의원 경험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쿠오모 지지는 최근 맘다니 후보와 쿠오모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론조사 회사 아틀라스인텔이 10월 31일~이달 2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맘다니 후보의 지지율은 43.9%로 쿠오모 후보(39.4%)보다 4.5%포인트 높다. 지난달 25~30일 조사 때 양측 격차는 6.6%포인트였다. 특히 현재 슬리와 후보의 지지율은 15.5%여서 쿠오모 후보와 슬리와 후보의 지지율을 더하면 맘다니 후보를 앞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쿠오모 후보 지지 선언 뒤 맘다니 후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하한다, 앤드루 쿠오모. 당신이 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고 조롱했다. 슬리와 후보도 쿠오모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 사전투표 열기…“중간선거 전초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으로 이번 선거는 ‘경험은 없지만 선심성 공약을 내건 젊은 민주당 후보(맘다니)’와 ‘연륜은 갖췄지만 노회한 기성 정치인(쿠오모)’의 대결 구도가 됐다. 쿠오모 후보는 성추행 의혹으로 과거 뉴욕 주지사에서 하차했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에서 민주당 지지층조차 둘로 갈라지면서 사전투표 열기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25일~이달 2일 사전투표에는 총 73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2021년 선거 때보다 약 4배 더 많다.

한편 4일에는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뉴욕 인근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도 치러진다. 이 선거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초기 평가를 반영하는 동시에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담고 있다. CNN은 “4일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시험”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셧다운’(미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중지)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 동부시간 5일 0시(한국 시간 5일 오후 2시) 이전에 해결이 안 되면 이번 셧다운 사태는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뉴욕시장선거#도널드트럼프#조란맘다니#앤드루쿠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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