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질 시신 인도 약속 안 지켜”
1차 휴전뒤 최대 공격, 100명 사망
2단계 협상 교착… 휴전 깨질 우려
트럼프 “휴전 위태로울 이유 없어”… 이스라엘도 “다시 이행” 선언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29일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루 전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고의적으로 인질 시신의 송환을 늦춘다며 군사 작전을 재개했다. 양측의 휴전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시신 인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28일 가자지구를 공습해 최소 100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 방송과 APF통신 등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1차 휴전이 발효된 10일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이 전개된 것이다. 하마스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 완전 철군 등 2단계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휴전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스라엘, 1차 휴전 후 최대 공습
AFP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내 거점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와 남부 칸유니스 등을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민병대는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 35명을 포함해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폭격에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이 진행 중이라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병사 1명도 가자 남부에서 교전 중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발표했다.
앞서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즉시 강력한 공격을 가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하마스가 1단계 휴전협정 당시 약속한 인질 시신 송환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27일 하마스가 추가 송환한 인질 시신 1구의 신원이 약속했던 13명 중 1명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환된 시신이 2023년 12월 숨진 다른 인질인 차르파티의 신체 부위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마스가 이 시신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 중장비로 판 구덩이에 넣은 뒤 국제적십자사(ICRC)에 시신을 찾은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관련 증거 영상을 공개하며 “중장비가 부족해 시신을 돌려보내지 못한다는 하마스의 주장은 허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하마스는 추가 인질 송환을 연기하겠다며 “이스라엘은 우리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거짓비난을 멈추라”고 맞섰다.
● 트럼프 “휴전 위태로워질 이유 전혀 없다”
이스라엘은 29일 휴전 복귀를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은 “정치권의 지시에 따라 군은 일련의 공습으로 수십 개의 테러 목표물과 테러리스트를 타격한 후 휴전을 다시 이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자 휴전을 집권 2기 최대 외교 성과로 거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전 파기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 무력충돌 재발과 관련해 “휴전이 위태로워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들(하마스)이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죽여서 반격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반격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휴전 뒤에도 무력 사용이 필요하다는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 J D 밴스 미 부통령도 28일 취재진에게 “사소한 충돌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종전으로 가는 2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는 중동 평화에서 매우 작은 일부분일 뿐”이라며 “우리가 해야 한다면 하마스를 아주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그러면 하마스가 끝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불안한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경 보수 세력과의 연정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해 가자지구 내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전시 내각’을 유지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무력 충돌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 제기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휴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과격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이스라엘에 최근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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