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도 HBM처럼 쌓아…애물단지였던 낸드, AI로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7일 14시 49분


메모리칩 쌓아 저장용량 늘린 HBF
AI 추론시장 성장…삼성·SK 개발 나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발 호황을 맞아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에서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낸드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 ‘2025 OCP(Open Compute Project) 글로벌 서밋’에서 AI용 차세대 낸드 전략을 내놨다. AI-낸드(AIN) 라인업을 구축해 AI 시대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성능(Performance), 대역폭(Bandwidth), 용량(Density)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업그레이드한 낸드다. SK하이닉스는 “AI 추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낸드 스토리지(저장 장치)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이중 대역폭(B)에 특화한 ‘AIN B’는 D램을 여러개 쌓은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낸드를 적층한 고대역폭플래시(HBF)다. 낸드는 그동안 저장 공간인 셀(cell)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HBF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완성된 메모리 칩을 쌓아 용량을 늘린 기술이다.

HBM이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에 특화된 반면, HBF는 대용량 저장에 초점을 맞춘다. D램이 순간적인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단기 기억장치라면,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非)휘발성 저장장치라는 점에서 두 기술은 역할이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대용량, 저비용에 초점을 맞춘 ‘AIN D’, 데이터 처리 속도에 강점을 갖는 ‘AIN P’를 개발해 3가지 라인업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AI 서버용 낸드 시장을 노리고 HBF 개발에 착수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차별점을 활용한 전략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에서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낸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핀펫은 파운드리에서 14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에 활용해오던 기술로 최근 3, 4나노까지 적용됐다. 그만큼 낸드에 접목하면 집적도가 높아져 고성능, 고효율 제품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낸드는 AI로 일찍이 호황을 맞은 D램과 달리 과잉재고로 2023, 2024년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강 구도인 것과 달리 일본, 중국 등 경쟁사들이 다양하고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D램 대비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기준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2.9%로 가장 높고 이어 SK하이닉스(21.1%), 키옥시아(13.5%), 마이크론(13.3%), 샌디스크(12%) 순이다.

하지만 빅테크들의 AI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D램뿐만 아니라 낸드에서도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장기간 재고 조정기를 거친 덕분에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2분기(4~6월) 낸드 재고 탓에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반면 3분기(7~9월)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발표한 배경에 낸드 판매 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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