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의 파국을 막기 위해 핵심 현안에서 일단 동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 무역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ABC·CBS 방송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나와 중국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는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라며 “100% 관세 부과를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논의했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일정 기간 유예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검토하면서 1년간 시행을 연기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인 중국은 오는 12월 1일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확대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 부과 위협을 통해 나에게 막강한 협상 지렛대를 줬다”라며 “그 결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에 따라 관세 부과를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희토류와 추가 관세 외에도 양국은 여러 현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농부들을 위한 대규모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원료물질 문제 해결을 돕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입 중단과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 차단 등에서도 접점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도 이날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성과를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쌍방은 상호관세 유예 연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각자의 우려 사항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양국이 각자의 핵심 이익에서 한발씩 물러섬으로써 협상 타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내용의 틱톡 합의와 관련해서도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오늘 기준으로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됐으며, 그 합의를 두 정상이 목요일 한국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0일 부산에서 가질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 등 양측 고위급 인사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 만나 최종 의제를 조율한 결과다.
베선트 장관은 “두 정상은 아시아와 중동에서 성공을 거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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