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막을 올리는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는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토론토)의 ‘괴물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올해 입단한 신인 사사키 로키(24·LA 다저스)와 트레이 예새비지(22·토론토)의 ‘어깨 대결’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둘은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의 향배를 좌우할 선수들로 꼽힌다.
선발 투수로 부진을 거듭하던 사사키는 포스트시즌 들어 다저스의 철벽 ‘클로저’로 거듭났다. 다저스가 ‘가을 야구’에서 치른 10경기 중 7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3세이브를 거뒀다. 평균자책점 1.13에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은 0.63에 불과하다. 필라델피아와의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DS·5전 3승제) 4차전에서는 1-1로 맞선 8회초마운드에 올라와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완벽투’를 펼치며 연장 11회말 2-1 끝내기 승리를 거들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내가 본 구원 투수의 피칭 가운데 역대 최고의 투구였다”며 “사사키의 성장과 팀을 위한 헌신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저스는 밀워키와의 NL 챔피언결정전(CS·7전 4승제)은 4전 전승으로 통과했는데 사사키는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해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사사키는 지난 스토브리그 때 MLB 최대어로 분류된 기대주였다. 2022년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시절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괴물 투수’로 불렸던 그가 미국 진출을 선언하자 거의 모든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토론토도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였으나 사사키는 결국 다저스행을 택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MLB 데뷔 시즌을 ‘성장통’과 함께 보냈다. 올해 5월까지 8경기에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제구 난조와 구속 저하 등으로 심한 기복을 보였다. 5월 10일 애리조나전 이후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을 호소하며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6월 말로 예상됐던 복귀 시점도 정규시즌 막바지인 9월 말까지 밀렸다.
사사키는 MLB 복귀 후 구원 투수로 보직을 바꾼 뒤 빛을 보기 시작했다. 4개월 넘은 공백기 이후 9월 25일 애리조나전과 27일 시애틀전 두 경기에 구원 투수로 나와 2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피안타 4탈삼진을 남겼다. 예전 구위를 되찾은 사사키는 “선발투수로 뛸 때부터 늘 기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지금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제 투구 메커닉을 완전히 제자리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토론토의 트레이 예새비지.토론토에서는 가을 무대에선 얘세비지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얘세비지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수세에 몰렸던 아메리칸리그(AL) CS 6차전에서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난해 토론토에 1순위로 입단한 오른손 투수 얘세비지는 9월 중순까지 트리플A팀에서 뛰다가 지난달 16일 탬파베이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정규시즌 3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한 뒤 단숨에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선발로테이션에 승선했다. 25일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얘세비지는 역대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 중 랠프 블랑카(1947년·21세 267일) 다음으로 나이가 어린 투수다.
얘세비지의 선발 맞상대는 사이영상 2회 수상자에 빛나는 블레이크 스넬, 첫 타자는 ‘슈퍼스타’ 오타니다. 얘세비지는 “(1차전 선발 소식을 듣고) 엄청 흥분돼서 감독님과 투수코치를 껴안았다”며 “너무 많이 생각하면 오히려 망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본능적으로 던질 때 제일 잘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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